유럽연합의 불공정조항 지침(RL 93/13/EWG)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내용통제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첫째, 지침 제1조 제2항에서는 “구속력 있는 규정에 ... 기초하고 있는 계약조항 은 본 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9) 이 규정에 의하여 단순히 법률의 규정 을 반복하고 있는 약관조항은 지침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된다. 입법이유에 의하면 “구속력 있 는 규정”의 범주에는 계약당사자 사이의 다른 합의가 없는 경우에 적용될...
▣ 논 단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의 대상과 그 제한*
이 병 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 약 문 | ||
약관규제법은 조항별・업종별로 내용통제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제15조), 내용통제의 대상 자체에 제외되는 약관조항에 관하여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약관규제법은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약관조항을 적 극적으로 규정하거나, 대상이 되지 않은 예외를 명문의 규정을 통하여 제외시키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약관규제법에서 명문의 규정으로 내용통제 대상을 제한하고 있지 않더라도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가 가지고 있는 계약법 내에서의 내재적 한계 또는 우리 법제 가 기초로 하고 있는 일반원칙에 기하여 내용통제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우리 약관규제법 제정에 많은 영향을 준 독일 민법은 내용통제의 대상을 명문으로 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문의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규정의 내용 자체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그 구체화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이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하여 독일 에서 학설상 논란이 많았다. 현재 우리 다수설은 독일의 논의를 받아들여서 (1)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한 합의내용과 (2) 법문반복조항은 내용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명문의 규정이 없다 보니, 실무에서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은 영역에 대하여도 약관규제법 에 의한 내용통제를 하려는 사례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우리 학설은 원칙적 내용만을 선언하고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내용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 영역과 한계에 관하여 자세한 논의를 하는 문헌이 많지 않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나 실제 사례에서 내용 통제의 대상이 되는 영역과 되지 않은 영역의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우 리 실무에서도 명확한 경계획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에서는 독일의 논 의를 참조하여 어느 정도 해석론의 명확성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에 일정한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 관하 여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내재적 한계가 1) 법률규정의 내용을 반복하는 법문반복조항과 2)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에 있음은 명시적 입법이 없어도 인정될 수 있 |
* 본 논문은 한국소비자법학회 온라인연구회에서 발표한 글을 대폭적으로 수정・보완한 것임. 본 논문은 xxx 교수님 정년기념논문집에 수록될 예정임.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이와 관련하여 명확한 인식 없이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
용통제를 하려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와 같은 내용을 입법적으로 명문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법문반복조항과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의 의미는 명확해 보이나, 내용통제 영역 에서 제외되는 부분과 안에 있는 부분을 실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 판례도 이러한 영역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자의적이
다라는 비판을 독일 학계로부터 받고 있다. 또한 우리 판례와 연관된 사례를 보면 다른
영역 내지 다른 법리와의 관계성 속에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 단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일견 보기에는 쉬운 영역이라고 보이지만 앞으로 그 구체화가 많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또한 투명성 원칙과의 관계에 대하여도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학계에서 점차 투명성 원칙을 근거지우고 그 내용을 연구하는 문헌이 많아지고 있으나, 아직 판례상 명 시적으로 이 원칙을 인정한 적이 없다. 또한 본 논문에서 드러났지만, 내용통제에서 제외
되는 영역에 대하여 투명성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관계에 대하여도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주제어:약관규제법, 내용통제, 법문반복조항, 급부내용, 가격규정
<目 次>
Ⅰ. 들어가며
Ⅱ. 명문규정이 있는 유럽연합과 독일의 입법례
1. 유럽연합 입법지침의 내용
2. 독일의 규정내용과 학설논의
Ⅲ. 내용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내용
1.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사적 자치의 실현: 급부와 반대급부
2. 법률규정에 대한 구속: 법문반복조항
3. 소결: 입법의 필요성
Ⅳ. 법문반복조항
1. 법률규정과의 일치
2. 법률규정에 의하여 주어진 내용 형성 가능성과 보충을 필요로 하는 규정
Ⅴ. 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
1. 급부내용에 관한 조항
2. 가격에 관한 조항
3. 판례상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이 문제된 사건
Ⅵ. 나가며
Ⅰ. 들어가며
약관규제법1)상 내용통제는 일반조항에 기한 내용통제(제6조)와 개별적 금지규정을 통한 내 용통제(제7조 내지 제14조)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제15조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약관이 나 그 밖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약관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제7조부터 제14조 까지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조항별ㆍ업종별로 제한할 수 있다”다고 규정하여2) 개별적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3) 그러나 약관의 내용통제 대상 자체 에서 제외되는 약관조항에 관하여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다시 말하면 약관규제법은 내용통제 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약관조항을 적극적으로 규정하거나, 대상이 되지 않은 예외를 명문의 규 정을 통하여 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약관규제법에서 명문의 규정으로 내용통제 대상을 제
한하고 있지 않더라도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가 가지고 있는 계약법 내에서의 내재적 한 계 또는 우리 법제가 기초로 하고 있는 일반원칙에 기하여 내용통제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우리 약관규제법 제정에 많은 영향을 준 독일 민법은 내용통제의 대상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법 규정과 다르게 규정하거나 보충하는 규정만을 내용통제의 대상으로 한다’(독일 민 법 제307조 제3항)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4) 그러나 이러한 명문의 규정이 있음에도 불 구하고 법률규정의 내용 자체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그 구체화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이 규정
의 적용범위에 관하여 독일에서 학설상 논란이 많았다. 우리 입법자는 약관규제법을 입법할 당시에 이와 같은 규정이 독일 구 약관규제법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도입여 부를 검토하였으나, 해당 규정이 내용통제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고려하 여 이와 같은 규정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한다.5) 현재 우리 다수설은 독일의 논의를 받아들여
서 (1)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한 합의내용과 (2) 법률규정의 내용을 단순히 반복하는 법문반복
조항은 내용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6)
1)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 2018. 12. 13.] [법률 제15697호, 2018. 6. 12., 일부개정].
2) 시행령 제3조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운송업,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금융업 및 보험업, 「무역보험법」에 따른 무역보험을 제외되는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3) 판례는 더 나아가 이 경우 약관이 일반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6조의 규정 역시 적용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다50299 판결). 만약 제6조가 적용된다고 한다면 제15조의 규정취지가 몰각된다고 보는 것이다(송덕수, “보통거래약관의 법률문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논집 제11권 제1호, 2006, 36면). 그에 반하여 이 경우 제6조에 의한 내용통제는 가능하다는 견해로 민법주해(Ⅻ)/손지 열, xxx, 1997, 402면; xxx, 약관규제법, xxx, 1994, 362면.
4) § 307 Inhaltskontrolle (3) Die Absätze 1 und 2 sowie die §§ 308 und 309 gelten nur für Bestimmungen in Allgemeinen Geschäftsbedingungen, durch die von Rechtsvorschriften abweichende oder diese ergänzende Regelungen vereinbart werden. Andere Bestimmungen können nach Absatz 1 Satz 2 in Verbindung mit Absatz 1 Satz 1 unwirksam sein.
5) xxx, 앞의 책, 50면;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약관 규제의 입법, 1986, 193면.
그런데 명문의 규정이 없다 보니, 실무에서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은 영역에 대하여 도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를 하려는 사례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전기료 누 진제 사례의 경우 전기료는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사항으로서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야 하는데, 하급심 판례에서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에 기하여 전기료를 정하고 있는 약 관조항의 불공정성을 검토하고 있다.7) 또한 우리 학설은 원칙적 내용만을 선언하고 있을 뿐이 지, 구체적으로 내용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 영역과 한계에 관하여 자세한 논의를 하는 문헌이 많지 않다.8) 그런데 이론적으로나 실제 사례에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는 영역과 대상이 되지 않은 영역의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우리 실무에서도 명확한 경계획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 논문에서는 독일의 논의를 참조하여 이 영역에 관하여 더 자세한 이론적 규명과 함께 어 느 정도 해석론의 명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우선 명문규정이 있는 유럽연합과 독일의 입법례를 살펴본 후(Ⅱ),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법상 이와 같은 제외영역을 계약법 내지 약관규제법 자체에서 도출할 수 있는지 여부와 제외규정의 입법 필요성에 관하여 논해 보려고 한다(Ⅲ). 이를 바탕으로 하여 제외되는 영역인 법문반복조항과 주된 급부의 내용을 정 하는 조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독일의 법리를 기초로 하여 논의해 보려고 한다(Ⅳ와 Ⅴ).
Ⅱ. 명문규정이 있는 유럽연합과 독일의 입법례
우선 명문의 규정이 있는 유럽연합과 독일의 규정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독일의 규정이 먼저 제정되고 유럽연합의 불공정조항 지침이 나중에 제정되었으나, 현재 유럽연합의 입법지 침을 회원국 중 하나인 독일에서 수용해야 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먼저 유럽연합의 지침상 규 정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6) 민법주해(Ⅻ)/손지열, 345면; xxx, “약관법과 민법의 관계 - 계약내용통제 및 일부무효와 관련하여 -”, 외법논집 제34권 제4호, 2010, 194-195면; xxx, “약관내용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한계”, 경제법연구 제12권 제1호, 2013, 194면; xxx, “불공정조항의 내용통제에 관한 몇 가지 법적 문제점”, 외법논집 제36권 제1호, 2012, 158면. 계약자유와 자기결정의 측면에서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하여만 언급하고 있는 문헌으로 정진명, “계약자유 와 약관의 내용통제”, 소비자법연구 제5권 제2호, 2019, 91면. 다만 절충적인 견해로 가격과 같은 대가에 대한 내용통제는 원칙적으로 부정되나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를 인정하려는 견해가 있다(xxx, “일본의 3단계 전기요금 누진제 - 우리나라 누진제와의 비교 및 시사점 -”, 소비자문제연구 제50권 제1호, 2019, 173면 각주 70). 이에 관하여 자세한 내용은 아래 Ⅲ. 1. 다. 참조.
7) 자세한 것은 아래 Ⅴ. 3. 3) 참조.
8) 이러한 문헌의 예로 xxx, “금융거래에서의 부수적 대가조항의 내용통제”, 외법논집 제41권 제3호, 2017.
1. 유럽연합 입법지침의 내용
유럽연합의 불공정조항 지침(RL 93/13/EWG)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내용통제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첫째, 지침 제1조 제2항에서는 “구속력 있는 규정에 ... 기초하고 있는 계약조항 은 본 지침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9) 이 규정에 의하여 단순히 법률의 규정 을 반복하고 있는 약관조항은 지침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된다. 입법이유에 의하면 “구속력 있 는 규정”의 범주에는 계약당사자 사이의 다른 합의가 없는 경우에 적용될 법률규정, 즉 임의규 정도 포함된다고 한다. 따라서 강행규정뿐만 아니라, 임의규정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확 히 하고 있다.10) 법률규정이 있는 경우 내용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 회원국 들은 국내법상 계약 관련 규정에 불공정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11) 동일한 이 유로 지침 제1조 제2항에서는 회원국 또는 유럽연합이 가입한 국제협약의 규정이나 일반원칙 에 기초하고 있는 조항을 내용통제의 대상에 제외시키고 있다. 이러한 국제협약은 국내법적 효력을 가져서 직・간접적으로 소비자계약상 조항의 내용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12)
본 조항의 경우에는 내용통제에 관한 규정뿐만 아니라, 지침 전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 원칙(Transparenzgebot)도 적용되지 않아 조문상으로는 투명성 원칙에 따라 검토될 수 없다. 그러나 지침 제1조 제2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계약조항이 구속력 있는 법률규정을 기 초로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조항이 이 경우 투명성을 갖추 어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전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13)
둘째, 지침 제4조 제2항에서는 “조항의 불공성에 대한 판단은, 해당 조항이 명백하고 이해가 능하게 만들어진 이상, 계약의 주된 급부목적과 서비스 내지 재화와 가격 내지 보수의 적절성 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14) 제4조 제2항은, 우선 주된 급부와 그 대가
인 가격 내지 보수에 관하여는 불공정성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선언하고 있으면 서, 주된 급부와 연관된 조항이 투명성 원칙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고
9) Article 1 2. The contractual terms which reflect mandatory statutory or regulatory provisions and the provisions or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nventions to which the Member States or the Community are party, particularly in the transport area, shall not be subject to the provisions of this Directive.
10) 불공정조항 지침 입법이유 13; Xxxxx, in: Ulmer/Brandner/Hensen, AGB-Recht: Kommentar zu den §§ 305-310 BGB und zum UKlaG, OttoSchmidt, 12. Auflage, 2016, § 307 Rn. 15.
11) 불공정조항 지침 입법이유 14.
12) 불공정조항 지침 입법이유 13.
13) Xxxx, in: Wolf/Xxxxxxxxx/Xxxxxxxx, AGB-Recht, RL 93/13/EWG Art. 1 Rn. 35; MüKoBGB/Wurmnest, Münchener Kommentar zum BGB, C.H.Beck, 8. Auflage, 2019, § 307 Rn. 2.
14) Article 4 2. Assessment of the unfair nature of the terms shall relate neither to the definition of the main subject matter of the contract nor to the adequacy of the price and remuneration, on the one hand, as against the services or goods supplies in exchange, on the other, in so far as these terms are in plain intelligible language.
선언함으로써 투명성 원칙에 위반되는 조항은 항상 내용통제의 대상이 됨을 간접적으로 나타 내고 있다. 투명성 원칙은 사업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거래상대방인 고객의 권리와 의무를 가능한 명확하게 조망할 수 있도록 약관을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원칙을 말한다.15) 이 러한 원칙은 독일에서 1980년대에 판례를 통하여 확립된 법리로서 불공정성 통제에 관한 일반 조항에서 하나의 대원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유럽연합의 입법에도 반영된 것이다. 입법이유에
의하면 주된 급부내용 및 재화와 가격에 관한 조항 자체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못하지만, 계약의 주된 급부목적 및 재화와 가격은 다른 조항의 불공정성을 검토함에 있어서 고려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16)
2. 독일의 규정내용과 학설논의
가. 규정내용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 민법 제307조 제3항 제1문에서 “약관의 내용통제 규정이 적용 되기 위해서는 법률규정과 다르게 규정하거나 보충하는 내용을 약관조항이 담고 있어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독일의 입법자는 독일 판례 및 지배적 견해와 동일하게 2가지 유형을 내용통제에서 제외하려고 하였다.17) 법문의 반대해석상 법률규정을 변경하지 않고 법 률규정을 단순히 반복하고 있는 ‘법문반복조항’은 내용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에 반하여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한 내용이 약관의 내용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법률에 명확히 규 정되어 있지 않다.18) 독일 구 약관규제법을 민법으로 편입을 할 때 불공정조항 지침을 참고하 여 이에 관한 규정내용을 수정할 수 있었지만, 독일의 입법자는 규정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307조 제3항 제2문에 급부설명과 가격을 정하는 약관조항은 투명성 원칙에 따라 그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나. 학설상 논의
우선, 이론적 논의이기는 하지만,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가 전체 법체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의와 관련하여 약관에 대한 내용통제가 원칙적인 상황이므로 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이 예외적인 내용인지, 아니면 약관이 내용통제를 받지 않은 것이 원칙이고 내용통제를 받는
15) 투명성 원칙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이병준, “의외조항 내지 기습조항의 법률적 취급”, 민사법학 제73호, 2015, 246면 이하; 김화, “약관에 있어서 투명성 원칙에 대한 고찰 – 독일법상의 논의와 우리 약관규제법에 있어서의 함의 -”, 비교사법 제26권 제3호, 2019, 101면 이하 참조.
16) 불공정조항 지침 입법이유 19. 17) BT-Drs. 7/3919, 22.
18) MüKoBGB/Wurmnest, § 307 Rn. 1.
것이 예외적인 내용인지에 관하여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19) 독일의 입법자는 약관이 내용통제 를 받지 않은 것을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파악하였고20) 독일의 판례는 사실상 내용통제를 원칙 으로, 내용통제를 받지 않은 것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본 규정을 통하여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과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부분에 관하여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즉 이러한 명문규정의 내용과 적용영역에 대 하여 학설은 또한 대립하고 있다. 다수설21)과 판례22)는 본 규정을 통하여 제외되는 부분을
(1) 급부에 대한 설명과 반대급부인 가격에 대한 합의, 더 나아가서 (2) 법문반복조항의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 부분에 대하여 내용통제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그에 반하여 소수설의 입장이긴 하지만, 이 규정은 독자적인 의미가 없고 선언적 성격을 갖 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23) 그에 따르면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구체적으로 약관규제의 내 용통제 척도를 통하여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해당 약관조항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본다. 그 밖에 독일 민법 규정을 엄격히 받아들여서 법률규정에 의하여 정하진 바가 있는 경우에 약관에 의한 내용통제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주장되고 있다.24) 이 견
해에 따르면 약관조항이 주된 급부 내지 부수적 급부에 관한 것인지의 여부, 주된 합의 내지 부수적 합의에 관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독일의 입법자는 구 약관규제법상의 규정을 민 법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다수설의 입장에 따라 “급부에 관한 내용과 약관에 규정되어 있는 대 가의 결정에 관한 내용은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단지 법률규정을 반복하는 내용의 약관규정도 동일하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을 취하였다.25)
Ⅲ. 내용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내용
독일의 다수설과 판례의 입장을 지지하는 우리 다수설은 법률규정의 내용과 다른 내용을 정 하거나, 이를 보충하는 약관규정만이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그에 따라 (1) 급부와 반 대급부를 정하는 내용의 약관조항 및 (2) 법률규정의 내용을 반복하는 조항, 즉 법문반복조항 은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본다.
19) 이에 관하여 Staudinger/Coester, BGB: AGB-Recht, OttoSchmidt, 18. Auflage, 2019, § 307 Rn. 281 참조. 20) BT-Drucks. 14/6040, S. 154.
21) Xxxxx, in: Ulmer/Brandner/Hensen, § 307 Rn. 14. 22) BGH NJW 1998, 383.
23) Xxxxxxxx, Schranken der Inhaltskontrolle, Tübingen, 1988, S. 202 ff.
24) Joost, Der Ausschluss der Inhaltskontrolle bei Entgeltregelungen in Allgemeinen Geschäftsbedingungen, ZIP 1996, 1685 ff.
25) BT-Drucks. 7/3919, S. 22.
약관규제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 대상에서 제 외되어야 할 내용과 그 구체적인 근거에 대하여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내용통 제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영역을 살펴봄에 있어서 내용통제 가능성(Kontrollfähigkeit)과 내용통 제 필요성(Kontrollbedürfnis)을 기초로 살펴보려는 시각이 유용하다.26) 그러나 논의를 살펴보 면 이 중 하나로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전체적으로 모든 논거를 보완적으로 고려해야 함 을 알 수 있다.
1.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사적 자치의 실현: 급부와 반대급부
가. 적용제외의 근거
계약상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한 내용이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됨은 세 가지 논거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우리 헌법이 전제로 하고 있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사법에서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
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다.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하면 당사자들은 계약체결의 자유, 당사자 선 택의 자유 및 내용형성의 자유를 갖는다. 내용형성의 자유 안에는 바로 급부와 반대급부인 가 격을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원칙이 담겨져 있다. 이와 달리 만약 공정거래위
원회와 같은 행정기관 내지 법원에서 당사자가 선택해야 할 급부 또는 반대급부를 결정하거나 급부와 반대급부의 정당성을 내용통제를 통하여 관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자유시장 경제질서
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적 자치의 내용,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내용형성의 자유가
침해받을 것이다. 따라서 급부와 반대급부는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하여 결정해야 만 하는 계약의 중요한 내용, 즉 본질적 구성부분(essentialia negotii)에 해당한다.27)
둘째, 계약의 당사자들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에 대하여 관심이 많으며 이를 결정함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시장을 통하여 가장 적합한 상 대방을 찾아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거친 후 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는 시장 을 통한 내용결정과 그에 따른 자기책임의 원칙이 국가를 통한 규율과 내용통제보다 우선하게 된다.28) 급부와 반대급부는 통상 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약관의 내용이 결정되지 않으므 로 이 영역에서는 고객의 실질적 자기결정권을 약관규제법을 통하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
셋째, 계약의 주된 급부가 내용통제를 통하여 무효로 선언되면 통상 임의규정의 적용을 통
26) 독일에서 이러한 입장으로 Fastrich, Richterliche Inhaltskontrolle im Privatrecht, C.H.Beck, 1992, S. 252 ff.; Xxxxxxxxxx/Coester, § 307 Rn. 283 ff.
27) 이 영역에서는 경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므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된 논거로 제시하는 견해로 xxx, 외법논집 제36권 제1호, 158면.
28) 이러한 취지로 정진명, 앞의 논문, 90면 이하 참조.
하여 그 내용이 보충되어야 하나, 보충적으로 적용될 척도가 임의규정을 통하여 마련되어 있 지 않다. 따라서 이 경우 보충 적용될 수 있는 임의규정이 법률에 의하여 주어질 수 없다는 점 도 내용통제를 부정하는 주된 논거 중의 하나이다.29)
견해 중에서는 앞의 두 논거를 중심으로 근거를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기료 와 같이 약관을 통하여 반대급부를 정하는 경우에는 세 번째 논거가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전기료처럼 생존배려급부의 경우에는 법률에 의하여 공급자인 사업자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 여하는 한편 체약강제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통상 계약의 체결과 내용은 당연히
결정되므로 계약의 당사자들은 약관에 규정되어 있는 반대급부를 정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므로 오히려 세 번째 논거가 주된 논거로 작용하게 된다.
나.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내재적 한계
이러한 내용은 시장경제질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우리 사법질서의 해석에 따른 결과이다. 그러므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인정될 수 있는 약관규제법의 기본원리 로서 내용통제가 갖는 내재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30) 이에 따라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 는 주된 급부에 대하여 내용통제를 하지 않고 계약의 부수적인 내용을 그 대상으로 한다.31)
다. 절충설에 대한 비판
가격과 같은 대가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다수설과 달리 대가에 대한 내용통제 는 원칙적으로 부정되나,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를 인정하려는 절충적인 견해가 주장되고 있 다.32) 이 견해에서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격’에 대한 개별적인 교섭을 거치기가 어려운 경우, 가격의 산정방식이 단순하지 않아 약관에 규정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격이 다른 계
약조건과 연동하도록 설정되어지는 경우 등에는 가격을 약관에 의한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 외하기는 곤란하다고 한다. 약관의 내용통제를 널리 계약내용통제(민법 제2조, 제103조, 제104 조 등에 의한)의 일부로 해석한다면, 가격에 대한 약관의 내용통제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해 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예로 DCFR 제Ⅱ.-9:406(2)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소비자계약법」상으로는 주된 급부나 그 대가에 대한 소비자계
29) Staudinger/Coester, § 307 Rn. 281; MüKoBGB/Kieninger, § 307 Rn. 1.
30) 명문의 규정이 있는 독일에서도 이러한 해석의 결과가 독일 민법 제307조 제3항의 해석에 따른 결과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Stoffels, AGB-Recht, C.H.Beck, 3. Auflage, 2014, Rn. 423).
31) 동일한 입장으로 xxx, 앞의 논문, 194-195면; xxx, 앞의 논문, 91면; xxx, 외법논집 제36권 제1호, 158면.
32) xxx, “일본의 3단계 전기요금 누진제 - 우리나라 누진제와의 비교 및 시사점 -”, 소비자문제연구 제50권 제1호, 2019, 173면 각주 70.
약조항의 내용통제에 관한 명문의 규정은 없고 학설은 이를 인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로 나뉜다고 한다.
이 견해가 지적하고 있는 예외적인 사례들은 ‘가격’이 당사자들의 개별 약정이 아닌 약관으
로 규정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가격’이 약관내용을 통하여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가 당연히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약관의 편입 및 해석단계를 통과하는 것이 전제된 후 다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약관의 내용통제는, 물론 절충설이 지적하는 바처럼, 민법상 계약내용 통제 제도와 함 께 계약내용 통제를 하는 제도임에는 분명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약내용 통제에 대하여
민법상 제도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일원화된 원리로 설명하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33) 왜냐하면 해당 내용통제 수단들은 다른 요건과 효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법상 내용 통제 제도들은 전부무효를 원칙으로 하므로 ‘가격’을 결정하는 내용이 무효가 되더라도 ‘가격’ 을 다시 정할 필요가 없으나,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의 경우에는 일부무효를 원칙적으로 하므로 ‘가격’을 정하는 약관조항이 무효가 되면 다시 가격을 정해야 하나, 위에서 살펴본 바
와 같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34)
그리고 절충설에서 비교법적 논거로 제시하고 있는 DCFR 제Ⅱ.-9:406(2)35)은 바로 유럽연합
과 독일법에서 정하고 있는 투명성 원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가격에 관한 조항이 내 용통제 대상은 되지 않지만, 투명성 원칙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정 이다. 따라서 이 조항이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 대상에서 ‘가격’이 제외된다는 예외의 논 거로 사용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36) 그런데 만약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예외
적으로 투명성 원칙에 따른 내용의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절충설은 본 논문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33) 이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xxx,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와 일반사법인 민법에 기한 내용통제”, 민사법의 실현과 지향(xxx 교수 정년기념논문집),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2019, 335면 이하.
34)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 또는 민/상법상 법정이자에서처럼 반대급부의 최고한도가 정해진 경우에도 이 최고 한도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합의를 제한할 뿐이고 당사자 사이의 약정내용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반대급부의 최고한도가 법률상 정해진 경우에도 약관규제법에 기한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35) 이에 관하여 xxx, 소비자계약의 법리, 부산대학교출판부(2018), 430면 참조.
36) 일본의 학설 논의는 필자가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관계로 직접 찾아볼 수 없어서 확인하기 곤란하다. 절충설에서 다음 기회에 이에 관하여 자세한 소개가 있으면 논의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2. 법률규정에 대한 구속: 법문반복조항
가. 적용제외의 근거
법문반복조항이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거로는 통상 두 개의 논거가 제시된다. 첫째, 헌법에 의하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제103 조). 이에 따라 법관은 법률규정의 구속을 받는다. 약관의 내용통제 규정을 통하여 법관이 법 률규정의 내용을 반복하는 법문반복조항에 대하여 불공정성 심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
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법률규정의 적절성을 법관이 평가할 수 있는 결과가 된다. 그런데 오히 려 법관은 법률에 구속을 받으므로 반대 결과가 되어야 하므로 법문반복조항은 내용통제의 대 상이 되지 않는다. 법을 집행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행정관청의 경우에도 법률에 구속된 다는 동일한 논거가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법문반복조항은 처음부터 내용통제의 대
상이 되지 않는다.37)
둘째, 내용통제를 통하여 법문반복조항을 무효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무효로 된 내용은 결국 법률규정을 통하여 보충되어야 하므로 결국에는 내용통제가 아무런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결 과에 이른다. 즉 법문반복조항을 무효로 만들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법률규정이 다시 적용되는 것이다.
나.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내재적 한계
이러한 해석결과는 약관규제법의 입법목적을 기초로 하여 내용통제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목적론적 축소해석의 결과로 도출되는 것이다.38) 따라서 이러한 해석의 결과는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우리 약관규제법에서도 내재적 한계로 인정할 수 있다.39)
3. 소결: 입법의 필요성
급부와 반대급부의 내용 그리고 법문반복조항이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에서 원칙적으 로 제외되고 이러한 제외되는 영역에 예외적으로 투명성 원칙 위반만 검토될 수 있다는 점은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우리 사법체계 내지 약관규제법상 인정될 수 있는 내재적 한계임을 위의 논의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현재 약관규제법에 이러한 내용이 명문으로 규 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 영역에 대하여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37) 같은 입장으로 xxx, 경제법연구 제12권 제1호, 188면.
38) Staudinger/Coester, § 307 Rn. 290.
39) 같은 견해로 xxx, 외법논집 제36권 제1호, 159면.
다수설의 견해는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명문의 규정을 둔다면 이는 이러한 원리를 명확히 하는 선언적 내용의 의미만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실무에서 전기료 누진제 사건에서처럼 이러한 영역이 내용통제에서 적용 제외 됨을 간과한 채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를 무리하게 검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
은 것이 사실이므로 이러한 선언적 내용의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때 입법
례상으로 논란이 있는 독일의 규정보다는 유럽연합 불공정조항 지침의 내용을 참조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40)
Ⅳ. 법문반복조항
법률규정의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약관조항을 법문반복조항이라고 한다. 따라서 법률규정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보충하는 규정은 법문반복조항이 아니다. 이처럼 개념적으로는 법문반복조 항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 사례에서 법문반복조항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약관조항이 단순히 법률규정의 내용을 반 복하는 조항인지를 판단하는 방법과 그 한계가 문제된 사례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1. 법률규정과의 일치
가. 법률상황의 비교
약관에 법률규정의 내용과 동일한 법문반복조항이 존재하여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지를 검토함에 있어 방법론적으로 두 가지 법률상황의 비교(Rechtslagenvergleich)가 이루어져 야 한다.41) 이처럼 법률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법문반복조항의 개념 자체로부터 도출될 수 있 는 방법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해당 약관조항에 담겨 있는 법률적인 규정내용을 도출해야 한다. 약관 조항 내용의 확정은 객관적 해석의 원칙, 불명확조항 해석의 원칙 등 약관규제법의 특유한 해 석방법을 포함한 약관의 해석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법률규정의 형태로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존재하는지를 살펴 보아야 한다. 법률규정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문언적 해석을 기초로 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등 법률의 해석방법을 사용해
40) 이와 달리 독일의 입법을 받아들이자고 하는 견해로 xxx, 경제법연구 제12권 제1호, 195면.
41) Xxxxxxxxxx/Coester, § 307 Rn. 292; Xxxxx, in: Ulmer/Brandner/Hensen, § 307 Rn. 25; MüKoBGB/Wurmnest,
§ 307 Rn. 6; Stoffels, AGB-Recht, Rn. 432.
야 한다. 그리고 두 가지 단계를 통하여 확정된 내용을 서로 비교하게 된다. 양 내용이 일치하 는 경우에는 해당 조항을 법문반복조항으로 보아야 하며, 약관의 내용통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에 반하여 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문반복조항이 아니므로 내용통제에 관한 제6조 이하의 규정에 따라 불공정성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42)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규정내용이 일치하는 법률규정이 비교대상으로 존재하는 경우에만 내용의 동일성을 기초로 내용통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법률 규정이 전혀 없거나, 적어도 약관으로 정한 내용과 관련하여서 법률규정이 없는 경우 동일한 규정내용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법률규정의 공백상태를 보충하는 약관 조항은 보충규정의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보충규정은, 해당 내용이 급부 내지 반대급부 결정 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한, 원칙적으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
나. 법문반복조항에서 법률규정의 의미와 범주
법문반복조항임을 확인할 때 ‘법률규정’은 반드시 그 내용이 적극적으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형식적 의미에서의 법률일 필요는 없다. 독일의 판례와 학설은 일반적 법원칙, 판례법의 내용43) 그리고 계약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의 내용44)도 여기서 ‘법률규정’의 범 주 안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고 우리 학설도 이러한 입장에 찬성하고 있다.45)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비전형계약에 관한 약관규정도 법률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처음 부터 내용통제로부터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46) 내용의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 없는 비전형계약의 경우에는 이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문반복조항이 존 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전형계약의 경우 그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임 의규정이 존재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 제1호가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
나 제2항 제3호에 기초하는 불공성을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 때에는
주된 급부약정과 일반법원칙을 기초로 계약의 본질적 권리가 침해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다. 독일 판례사례
독일 연방법원(BGH)에서 법문반복조항과 관련하여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 대상이 되
42)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의규정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 당연히 불공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불공정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해 보아야 한다. 이에 관하여 자세한 내용은 xxx, 2014년 소비자법 판례의 동향, 소비자법연구 제1권 제1호, 2015, 72면 이하 참조.
43) BGH NJW 2014, 1168. 판례법의 범위와 관련하여 아래 Ⅴ. 3. 2) 참조. 44) BGH NJW 1998, 383.
45) 이와 같이 넓은 의미에서 법률로 보려는 견해로 xxx, 외법논집 제36권 제1호, 159면.
46) Xxxxx, in: Ulmer/Brandner/Hensen, § 307 Rn. 20; MüKoBGB/Wurmnest, § 307 Rn. 7.
는지 여부가 문제된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appy Digits는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경우 할인의 기회를 제공함으로 써 고객을 특정 사업자에게 구속시키는 것을 사업모델로 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가 이용자들 의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약관규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의 저장, 처리와 이용에 관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을 반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독일 연방법원은 이러한 약관조 항이 개인정보보호법상 관련 규정을 반복하는 이상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법문반복조 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7)
휘트니스 센터의 약관에서 회원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 회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
정을 두고 있는 경우 회원계약의 성질이 임대차계약의 요소를 많이 갖고 있으므로 임대차에 관한 독일민법 제537조 제1항의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한 법문반복조항으로 볼 수 있는 여지 가 있다. 그러나 독일 연방법원은 회원계약이 시설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급부요소를 가지 고 있어 임대차계약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시설이용의 방식과 형태에서 휘트 니스 회원계약이 임대차가 갖는 법률상 기본 모델에서 많이 벗어나는 비전형적인 내용을 가지
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제537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므로 이 규정을 단순히 법 문을 반복하고 있다고 하여 법문반복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48) 이처럼 전형계약 규정을 단순히 반복하는 약관규정을 두고 있지만, 해당 전형계약 규정이 구체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적용될 수 없는 경우에는 단순히 법률규정을 반복하는 법문반복조항이라고 말할 수 없 는 것이다.
2. 법률규정에 의하여 주어진 내용 형성가능성과 보충을 필요로 하는 규정
법률규정이 완결적 형태로 되어 있지 않고 그 내용의 구체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 한 경우에 사업자가 법률에 의하여 주어진 내용 형성가능성을 활용하여 약관으로 해당 내용을
정하는 경우에 이러한 약관규정 내용은 법률규정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법률 규정을 반복하는 법문반복조항으로 볼 수 없다.49)
47) BGH NJW 2010, 865. 이에 대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법문반복조항으로 볼 수 있지만, 개인정보의 활동 동의와 연관된 약관규정인 이상 법문반복조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으로 Nord/Manzel, “Datenschutzerklärungen – misslungene Erlaubnisklauseln zur Datennutzung Happy-Digits” und die bedenklichen Folgen xx X-Xxxxxxxx, XXX 0000, 0000 f.
48) BGH NJW 1997, 194.
49) MüKoBGB/Wurmnest, § 307 Rn. 9; Xxxxx, in: Ulmer/Brandner/Hensen, § 307 Rn. 32. 그런데 이와 같이 내용보충을 인정하여 주는 허용규정(Erlaubnisnorm)이, 특히 계약으로 보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경우에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가 가능한지 여부가 독일에서 학설상 문제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 문제를 고객이 상인인지 아니면 소비자인지 여부와 소위 특별한 허용규정(qualifizierte Erlaubnisnorm)인지 여부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MüKoBGB/Wurmnest, § 307 Rn. 10). 여기서 특별한 허용규정이라고 함은 특별히 약관에 의하여 보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규정을 말한다. 고객이 상인인 경우에는 특별한 허용규정의 경우
법률규정에서 계약당사자들이 계약관계를 규율하면서 고려해야 하는 최고 한도를 정하지만,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경우에 이 영역의 범위에서 내용을 정하는 약관조항은 약관규제법에 따른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50) 이러한 규정은 법률
규정의 내용을 변경하는 조항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법률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내용통제를 할 수 있는 조항에 해당한다.
Ⅴ. 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
주된 급부의무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에 관한 내용(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51)과 급부의 대가 내지 가격에 관한 내용을 정하는 약관조항도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됨은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내용통제에서 제외되는 영역을 확정하고 한계가 문제되고 있는 사례에 관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1. 급부내용에 관한 조항
가. 급부내용의 특정
약관 내 조항이 법률규정의 정함이 없이 오직 당사자들의 계약상 합의를 통하여 급부를 할 지 여부, 그리고 상품, 서비스 그 밖의 급부 대상, 급부의 종류, 범위, 양과 품질을 직접적으로 정하는 경우 이러한 조항은 원칙적으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정한 급부가 계약 내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소위 소극적 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도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 지 않는다.
그런데 독일 판례의 경우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의 영역 을 좁게 인정하고 있다.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이 없는 경우 계약내용의 확정 내지 확정가능 성의 결여로 인하여 유효한 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 영역을 아주 좁은 핵심영역에 대하여만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독일 판례의 입장에 대하여 투명성 원
약관에 의한 내용형성 가능성이 주어졌다면 약관규제법에 의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에 반하여 약관에 의한 내용형성 가능성이 주어지지 않는 허용규정의 경우에는 고객이 상인인 경우에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고객이 소비자인 경우에는 특별한 허용규정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항상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50) Staudinger/Coester, § 307 Rn. 306; MüKoBGB/Wurmnest, § 307 Rn. 12.
51) 통상 독일에서는 이를 Leistungsbeschreibung이라고 용어로 약칭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직역한다면 ‘급부 설명’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급부설명’이라는 번역은 그 의미전달에 있어서 문제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본 논문에서는 이를 의역하여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으로 번역하였다.
칙과 연관하여 의미 있는 비판이 독일에서 주장되고 있다.52)
나. 급부내용의 수정
약관조항이 본래의 급부약정을 제한, 변경 또는 제외하는 경우는 물론, 구체화 또는 수정하 는 경우에 내용통제가 가능하다. 만약 계약체결시 당사자의 합의를 통하여 확정되었던 급부의 내용이 부당한 약관조항을 통하여 제한된다면 약관규제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약관의 내 용통제를 통하여 고객을 보호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용통제 대상에서 제외된
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과 내용통제가 가능한 급부내용의 변경 또는 제한하는 조항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실무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판례 사례를 살펴보면 (1) 약관조항에서 일방적 급부결정권에 대하여 규정하는 경우에
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았다. 계약의 한 당사자에게 급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방적 급부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연히 인정된다. 그 러나 일방적 급부결정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어떠한 요건 하에서 인정될지의 여부가 약관조 항에 의하여 정해지는 경우에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53) 또한 약관조항을 통하여 인
정된 일방적 급부결정권의 행사를 통하여 계약내용이 형성된 경우 해당 내용을 내용통제 대상 에서 제외된 급부약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일방적 급부결정권이 부여된 계약당사자 에게 급부내용을 처음 결정하거나 사후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계약상 급부와 반대급 부가 당사자의 합의를 통하여 결정된다는 일반원칙에서 벗어난 내용을 갖기 때문이다. (2) 여 행약관상 “계약상 급부의 범위는 여행주최자의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과 여행지의 관행
(Landesüblichkeit)을 고려하여 결정된다”는 내용의 약관조항은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54) 독
일 연방법원은 이 조항은 여행급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강조할 뿐만 아니라, 내용을 여행지의 관행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결정된다고 함으로써 급부내용을 변경하는 것으로 이해 하였다. 즉 계약상 약정된 내용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조항이 없을 경우 여행급부는 종류채권으로서 국내 표준에 따라 중등품질로 이행되어야 하나(민법 제 375조 제1항 참조), 여행지의 표준이 국내 표준과 같지 않거나 국내 표준보다 더 낮을 가능성
이 있으므로 이행정도가 낮게 결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52) 자세한 것은 아래 2. 3) 참조. 53) BGH NJW 2012, 2188.
54) BGH NJW 1987, 1935.
2. 가격에 관한 조항
가. 직접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조항
가격 내지 대가가 약관조항으로 정해진다면 이는 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에 해당한다.55) 일반적으로 가격은 계약당사자들이 개별약정을 통하여 결정하기 때문에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는 처음부터 문제되지 않는다(제4조). 그러나 가격이 예외적으로 약관조항을 통하여
정해지더라도 가격에 대한 내용통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56) 이미 살펴본 것처럼 가격에
대하여는 이를 심사할 수 있는 내용통제 척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가격 조항은 투명성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검토되어야 한다.57)
나. 부수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주는 조항
독일 판례는 소위 부수적 가격조항(Preisnebenabrede)은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58) 그에 따르면 부수적 가격조항이라고 함은 정해진 가격을 변경하는 조항과 가격에 대하여 간접 적 영향이 있지만, 이와 같은 유효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임의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조 항을 말한다.59) 부수적 가격조항은 임의규정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부수적 가격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해당 내용은 임의
규정 또는 객관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계약의 보충해석을 통하여 확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다.60) 독일 판례상 부수적 가격조항으로 인정된 대표적 예는, 사업자가 일반적 경영비용, 법률 상 또는 계약상 존재하는 자신의 의무이행 또는 다른 활동으로 발생하는 비용 등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조항이다.61) 이와 같은 형태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는 약관조항으로는 소비대차계 약의 처리비용62) 또는 지급시지의 잘못된 처리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63)에 관한 규정을 들 수 있다.
독일 판례가 부수적 가격조항이 존재한다고 보는 사례에는 두 가지 다른 종류의 약관조항 유형이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게 주장되고 있어 여기서 소개하기로 한다.64) 첫 번째 유형인 소
55) MüKoBGB/Wurmnest, § 307 Rn. 17.
56) 독일 판례에서는 주된 급부, 부수적 급부 또는 특별급부에 대한 가격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조항만을 내용통제 에서 제외하고 있다(BGH NJW 1992, 689; BGH NJW 1999, 3260).
57) MüKoBGB/Wurmnest, § 307 Rn. 17.
58) 이에 관한 소개로 xxx, 경제법연구 제12권 제1호, 191면.
59) BGH NJW 1998, 383; BGH NJW 1999, 2276; BGH NJW 2000, 651.
60) Wolf, in: Wolf/Xxxxxxxxx/Xxxxxxxx, AGB-Recht, § 307 Rn. 315. 61) BGH NJW 2017, 2986.
62) BGH WM 2014, 1224; BGH NJW 2017, 2986.
63) BGH WM 2015, 519 f.
위 진정한 부수적 가격조항(echte Preisnebenabrede)의 경우에는 가격을 지불할지의 여부와 그 범위에 관한 독자적인 내용이 없고 이미 정해진 가격을 변경하거나 보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 다. 특히 진정한 가격조항은 간접적으로 최종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가의 지불방법과
다른 조건들에 관하여 규정한다. 이러한 규정내용에는 기한, 이자, 지급의 종류와 방식 그리고
지급청구권의 기타 요건들이 속한다.
또한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사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하는 조 항, 즉 가격유보조항(Preisvorbehaltsklausel)과 가격조정조항(Preisanpassungsklausel)도 첫 번 째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가격유보조항의 경우 급부의 가격을 우선 정하지 않고 나중에 사업 자가 일방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가격조정조항의 경우에는 정해진 가격을 사후
적으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변경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그러 나 두 경우 모두 사업자가 가격을 최종적・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방적 급부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매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유보하거나, 가격목록 표로 가격결정을 유보하는 경우가 사업자의 일방적 급부결정권을 유보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 경우 사업자는 해당 약관조항을 기초로 매일 가격을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가격 목록을 일방적으로 수정함으로써 가격을 변경할 수 있다. 독일연방법원은 당사자가 가격결정
에 대하여 개별약정을 하지 않고 약관조항을 기초로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에는 내용통제가 가 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65) 독일 연방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임의규정상 주된 급부는 계약상의 합의를 통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가격유보조항과 가격조정조항은 임의규정을 변경하는 내용 을 담고 있다고 한다.66)
두 번째 유형은 계약상 주된 급부가 아닌 다른 급부에 대한 대가를 결정하는 조항이다. 이와
같은 부수적 급부에 대한 대가조항의 경우에는 전체 가격에 대하여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나, 단순히 주된 급부와 부수적 급부의 구분만으로는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는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 주된 급부이든 부수적 급부이든 법률상의 내용통제 척도가 존재하지 않는 다면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유형은 부진정한 부수적 가격조항에 해당하고 구체적으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64) Xxxxx, in: Ulmer/Brandner/Hensen, § 307 Rn. 76. 65) BGH NJW-RR 2005, 1500.
66) 독일 연방법원은 가격조항이 주된 급부의 확정과 연관된 것인지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보호목적을 기초로 보았을 때 이와 같은 독일 연방법원의 판결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MüKoBGB/Wurmnest, § 307 Rn. 17). 즉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목적을 경제적 약자의 보호에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시장실패 방지에 있는 것으로 본다면 독일 연방법원의 견해와 달리 개별적인
가격합의가 매일 가격을 정하거나 목록표를 통하여 가격이 정해지는 조항을 통하여 보충되는 경우와 약관에 정해진 목록표를 통해서만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는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고객은 전적으로 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이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MüKoBGB/Wurmnest, § 309 Nr. 1 Rn. 16).
그런데 기본적으로 가격을 전체 가격으로 표시하든 개별적인 부분가격 또는 개별적인 급부 요소 별로 가격을 표시하든 이는 내용통제 영역 밖에 있는 사업자의 결정사항이다.67) 따라서 가격 요소를 여러 개 항목으로 나누어서 산정하는 조항은 원칙적으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투명성 원칙에 기하여 내용통제를 할 여지는 있고, 임의규정이 만약 존재한다 면 예외적으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독일 연방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간접적으로
가격과 급부에 대하여 효력을 갖는 부수적 가격합의 내용을 담고 있는 약관조항도, 만약 유효
한 계약에서 명시적으로 정한 바가 없을 때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임의규정이 존재한다면 내용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68) 그에 반하여 특별한 급부의 대가에 대하여 임의규정이 존 재하지 않고 단지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해서만 정해질 수 있는 경우에는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한다.69)
다. 학설의 비판적 입장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는 부수적 가격조항과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은 간접적 가격결정에 따라 구분하는 독일 판례의 방식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학설의 많 은 비판을 받고 있다.70) 특히 은행거래와 관련하여 부수적 급부에 대한 보수를 결정하는 조항 의 경우에는 자의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독일 연방법원 판례는 계 좌이체에 대한 비용을 은행창구에서 고객에게 부담시킬 수 없음에 반하여71) 자동화기계에서 는 할 수 있다고 보았다.72) 또한 면제요청에 대한 사무처리비용73)과 계좌압류에 대한 관리비 용74)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조항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내용통제를 함에 반하여, 신용카드 해 외사용에 대한 특별비용부과는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은 영역에 있다고 한다.75)
약관규제법상 급부를 정하는 조항에서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은 핵 심적 영역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근거와 한계, 더 나아가서 내용통제가 될 수 있는 주 변영역에 관하여 불명확성이 존재하고 그 한계설정을 독일 판례가 명확히 하고 있다고 보기
67) Xxxxxxxxxx/Coester, § 307 Rn. 329 참조.
68) BGHZ 141 380(383); BGHZ 124 254(256). 이와 같은 임의규정에는 형식적인 의미의 법률규정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법원칙과 계약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의 총체도 포함된다(BGHZ 136 261(264); BGHZ 137 27(30); 이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Wolf, in: Wolf/Lindacher/Pfeiffer, AGB-Recht, § 307 Rn. 314).
69) BGH NJW 2009, 2052.
70) Xxxxxxx, Wandlungen des Schuldvertragsrechts – Tendenzen zu seiner „Materialisierung, AcP 200(2000), 327 ff.; Xxxxxxxxxx/Coester, § 307 Rn. 313; MüKoBGB/Wurmnest, § 307 Rn. 18.
71) BGH ZIP 1996, 22.
72) BGH ZIP 1996, 1080 f.
73) BGH NJW 1997, 2752 f.
74) BGH NJW 1999, 2776 ff.
75) BGH NJW 1998, 383 f.
어렵다. 이처럼 이전의 독일 판례에서 혼란이 존재하였던 것은 투명성 원칙의 의미와 적용범 위가 내용통제와 연관하여 논란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76) 독일 판례가 투명성 원칙과 내용통제 사이에 명확한 한계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급부영역을 좁게 해석
하여 내용통제 가능성을 되도록 열어 놓을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즉 많은 경우에 투명성 결 여의 문제를 내용통제로 해결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독일 민법상 명문의 규정을 통하여 투명성 통제가 내용통제 범위 밖에 있는 급부내용을 정하 는 조항에 대하여도 가능해 졌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영역을 굳이 내용통제 범위 안에 둠으로
써 규제할 필요성이 없게 되었다. 따라서 논의가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이론과 입법의 발전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급부영역에서의 투명성 통제와 내 용통제를 통한 불공정성 통제 사이의 관계가 분명해 진다. 투명성 원칙을 통하여 시장에서의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국가기관에 기한 내용통제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 다. 투명성 원칙만으로 제대로 된 시장기능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불공정성 통제가 약관의 조정원리로서 작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급부영역에서는 투명성 원칙에 기초한 내용
통제가 우선되어야 하며, 나머지 영역에서 내용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설명은 우리
약관규제법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은 분명하나, 아직 명시적으로 판례에서 투명성 원칙을 내용통제와 연관하여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로 언급만 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3. 판례상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이 문제된 사건
이하에서는 우리 판례에서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과 관련하여 문제된 사건들을 살펴보려 고 한다. 키코 사건의 경우 금융상품의 기본구조를 약관으로 볼 수 있는지, 구체적인 항목을 보충하도록 예정된 내용을 채워 넣은 것을 개별약정으로 볼 수 있는지, 기본구조를 약관규제 법에 기하여 불공정성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투명성 원칙의 위반이 있는지 등이 문제되었다. 그리고 근저당권 설정비용 사건의 경우 부수적 급부의 대가가 문제된 사안 으로서 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살펴
보게 될 전기료 누진제 사건의 경우는 가격 자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내용통제 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행정기관의 인가를 받은 가격조항은 내용통제의 필요성이 인
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76) Staudinger/Coester, § 307 Rn. 314.
가. 키코 사건
(1) 키코 상품설명에 관한 내용통제의 불가능성
키코 통화옵션은 수출대금의 환율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의 은행에 대한 Knock-Out 풋옵션77)과 은행의 기업에 대한 Knock-In 콜옵션78)을 주로 1:2 비율로 결합한 통화옵션이다. 이때 키코란 Knock-out 환율과 Knock-in 환율을 정한 후, 시장환율이 계약기간 동안 Knock-out 환율과 Knock-in 환율 사이에서만 움직였을 경우, 기업은 행사환율로 달러를 은행에 매도할 수 있고, 다만 시장환율(만기환율)이 한번이라도 Knock-out 환율 아래로 내려가면 계 약은 실효되고 Knock-in 환율 이상으로 한 번이라도 올라가면 은행에게 ‘콜옵션’ 권리가 발생 하게 되는 상품을 말한다. 키코계약은 은행이 다수 고객을 상대로 미리 정형적 형태로 마련한 통화옵션거래약정서 또는 외화거래약정서 등을 기초로 하나, 그 구체적 내용인 “Knock-in( )원, Knock-out( )원, 행사환율 ( )원, 매도배수 ( )배”는 거래확인서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처음부터 키코계약의 약관성을 부정하고 그에 따라 내용통제를 검토하지 않았으 나,79) 학설상으로는 이 쟁점들에 관하여 첨예하게 대립하였다.80) 그러나 대법원 판례와 달리 키코계약의 약관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내용통제는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키코계약상 문제 된 계약의 구조에 관한 조항들은 급부의 내용인 상품 자체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키코계약
에서 기업과 은행의 구체적인 권리의무 내용을 결정하는 요소인 각종 환율조건과 옵션결합조 건들도 급부한 상품 내지 그 반대급부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77) 장래의 일정시기에 계약금액을 행사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78) 장래의 일정시기에 주로 계약금액의 2배를 행사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79) 대법원 판결에서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만으로는 아무런 권리의무가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그 구조자체만을 따로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53683 판결). 그에 반하여 키코 사건에 관한 가처분소송의 최초 결정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카합3816호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의 주요 계약조건인 행사환율, Knock-in 환율, Knock-out 환율, 레버리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은행 사이의 개별적 교섭에 의해 결정된 사실이 소명되므로 이 사건 계약이 전체적으로 약관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의 구조, 다시 말하면 기본형의 경우 기업의 Knock-out 풋옵션과 은행의 Knock-in 콜옵션을 1:2의 비율로 결합하여 Zero cost를 실현하는 구조, 계약기간이 1년 내지 3년의 장기간으로서 보통 1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는 수개의 옵션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는 구조, 그리고 변형의 경우 Knock-in-이벤트 조항이나 B파트에서 은행만 애니타임-Knock out 콜옵션을 갖는 구조 등은, 피신청인 은행이 다수의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에 의해 미리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약관에 해당한다”고 하여 키코계약 전체의 내용에 대해서는 약관성을 부인하고, 키코계약의 구조에 대해서는 약관성을 인정하였다.
80) 이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xxx, “키코판결과 약관규제법상의 쟁점”, 외법논집 제38권 제2호, 131면 이하 참조.
(2) 투명성 원칙 위반 여부
독일에서도 기본적으로 금융상품과 관련된 약관내용은 그것이 주로 급부와 관련된 설명이 라면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급부의 내용을 정하는 조항이기 때문에 내용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더라도 투명성 원칙에 의한 통제가 문제될 수 있다.
투명성 원칙에 의하여 해당 조항이 불공정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불명확성과 불투명성으로 인하여 급부와 반대급부의 관계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게 되어야 한다.81) 투명성 원칙에 기하여 도출할 수 있는 첫 번째 내용은 약관규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계약당사자의 권리와 의 무가 가능한 명확하고 투명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조항의 내용은 물론 약관규정 전체 체계도 이러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개별조항의 표현이 이해가능하고
그로부터 도출되는 경제적 불이익과 부담이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고객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경제적 또는 법률적) 효과가 숨겨져 있어서는 안 된다.
투명성 원칙에 기하여 도출할 수 있는 두 번째 내용으로는 투명성 원칙을 통하여 계약당사 자가 자신의 권리와 의무 범위에 대하여 명확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조항내용을 구
체화하고 충분히 확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약관조항의 요건과 법률효과는 명확히 규
정되어야 하며, 사업자가 판단재량을 부당하게 행사할 수 없어야 하고 고객은 법률가 내지 전 문가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권리를 명확하고 쉽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판단척도는 기본적 으로 해당 계약을 체결하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과 기대수준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투명성 원칙은 사업자가 소비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에서는 물론 사업자가 사업자와 체결하는 계약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사업자와 체결되는 계약에서는 기업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하
여 소비자보다는 더 많은 거래경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명성 원칙을 적용할 때 소비자거래에서와 동일한 엄격한 요건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볼 것이다.82)
위의 법리를 기초로 해서 보았을 때 키코계약에서 투명성 원칙의 위반을 주장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83) 왜냐하면 본 키코약관의 경우 사업자가, 당사자가 부담하는 권리와 의무를 숨기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지 않았고 키코계약의 구조로부터 고객인 기업들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각 조항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계약을 체결하 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키코의 계약조건들을 명확히 인식하여 그로부터 발생하는 권리 와 의무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키코계약의 구조는 단순히 복잡할 뿐이고, 복잡한 구조에
81) BGHZ 106, 42, 49; BGH NJW 2005, 3559.
82) 이러한 취지로 Wolf. in: Wolf/Xxxxxxxxx/Xxxxxxxx, AGB-Recht, § 307 Rn. 252.
83) 이와 비슷하게 검토하는 문헌으로 Grigoleit, Grenzen des Informationsmodells – Das Spread-Ladder- Swap-Urteil des BGH im Systxx xxx xxxxxxxxxxxxxxxx Xxxxxxxxxxxxxxxxxxx, Xxxxxxxxxxxxx 0000, 0000,
X. 00 x.
서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약관규제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결 국 키코계약에서 약관규제법에 의한 구제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84)
나. 근저당권 설정비용 사건
은행에서는 2003. 3. 1.부터 사용된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과 대출거래약정서(이 사건 표준약 관이라 함)에서 담보설정에 필요한 비용의 종류와 산출근거를 채무자에게 설명하고, 각 항목 별로 체크박스를 만들어 부담주체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예시: <저당권설정계약서>
제8조(제 절차이행과 비용부담)
②채권자는 제1항의 절차에 드는 비용의 종류와 산출근거를 채무자와 설정자에게 설명하 였고, 그 부담 주체를 정하기 위하여 “□” 내에 “√” 표시를 하고 그 정한 바에 따르기로 합니다.
구 분 | 부담주체 | ||
채무자 | 설정자 | 채권자 | |
등록세 | □ | □ | □ |
교육세 | □ | □ | □ |
국민주택채권매입 | □ | □ | □ |
법무사수수료 | □ | □ | □ |
말소(저당권 해지) | □ | □ | □ |
감정평가수수료 | □ | □ | □ |
□ | □ | □ |
그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은행여신거래와 관련된 표준약관 중 소비자 에게 불리하거나 소비자보호가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라는 요청을 받고, 2008. 1. 30. 담보설정 비용의 대부분을 은행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표준약관을 개정하여 2008. 2. 11. 은행연 합회와 은행들에 대해 새로운 표준약관의 사용권장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와 16 개 은행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표준약관 권장처분과 관련된 행정소송이 공정거래위원회 의 승소로 이어진 후85) 이를 기초로 다양한 고객들이 저당권설정비용을 자신에게 부담시켰던 이러한 약관조항은 무효이므로 해당 은행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이유로 한 반환을 청구하였다.
84) 결국 이 문제는 금융거래에 인정되는 적합성 원칙에 기하여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이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진상범/xxx, “KIKO 사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논점: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중심으로”, BFL 제63호,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 2014, 85면 이하; 이채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투자자보호 적합성원칙 과 관련하여”, 홍익법학 제21권 제1호, 2020, 35면 이하 참조.
85)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8두23184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1. 4. 6. 선고, 2010누35571 판결 참조.
대법원은 다른 논거들과 함께 표준약관에 대한 사용권장처분만으로 해당 조항이 불공정한 것 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86)
그런데 근저당권설정 비용부담 주체와 관련하여 판례상으로 배치되는 판결이 존재하였다.
근저당권 설정등기비용과 관련하여서는 채무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판시87)가 있는가 하면, 양 도담보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보는 판시88)가 있었다. 학설도 이와 관련하여 심하게 대립하고 있었는데, 채무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89)이었고 채권자가 부담 해야 한다는 견해가 소수설90)이었다.
그런데 학설은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만 하고 있을 뿐 이러한 기준, 즉 판례상 설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확실한 판례가 없는 상황 하에서 해당 조항의 불공정성을 논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논의가 없었다. 즉 임의규정처럼 확립된 판례 내지 확립되지 않은 판 례를 기준으로 약관의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논의를 했어야 한다. 이
부분에 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논의가 없었다. 그런데 법률규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86)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을 이 사건 개정 표준약관으로 개정하여 그 사용을 권장한 것도 이러한 표준약관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여 소비자의 불만과 분쟁을 예방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적인 면을 고려한 것으로서, 고객으로 하여금 담보권설정비용의 부담에 관한 정보탐색비용
을 절감하고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만을 비교하여 대출상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기관에 대하여도 대출 부대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편의를 도모함과 아울러 금융기관 사이의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을 고려하여 장래를 향한 제도개선 차원에서 행정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표준약관이 시행되기 전의 구 표준약관에서는 인지세나 담보권설정비용을 고객이 전액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은 이를 개선하여 고객이 전액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약관으로 명시함으로써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되었
던 것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심사 및 승인을 거쳐 표준약관으로 인정되었다. 또한 원심이 인정한 것과
같이 고객이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에 따라 담보권설정 비용을 부담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에 금융기관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등에서는 고객에게 유리한 내용으 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을 폐지하고 이 사건 개정 표준약관에
대한 사용권장 처분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이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약관조항으로서 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가 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87) 대법원 1962. 2. 15. 선고 4294민상291 판결.
88)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다257 판결; 대법원 1982. 4. 13. 선고 81다531 판결; 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435
판결.
89) xxx, “근저당권 설정비용 등의 부담자”, 이화여자대학교 법학논집 제22권 제4호, 2018, 394면 이하; xxx, “근저당권설정비의 부담주체에 대한 연구”, 상사판례연구 제22호 제1권, 209면 이하; xxx, “은행근저당권설 정비 부담주체에 대한 약관의 효력”, 상사판례연구 제24집 제1권, 2011, 190면 이하; 고동원, 은행 거래에 있어서 근저당권 설정 비용 부담 주체에 관한 논의의 검토, 은행법연구 제5권 제2호, 2012, 171면 이하; xxx, “은행의 근저당권설정비 부담주체에 관한 후속논의”, 외법논집 제37권 제2호, 2013, 194면 이하; 지원림, “(근)저 당권 설정비용의 부담자”, 고려법학 제66호, 2012, 135-142면; 황남석,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주체에 관한 고찰”, 법조 제61권 제8호, 2012, 21-25면.
90) 유주선, “은행근저당권설정비 부담주체 : 2012년 5월 8일 선고한 독일 연방대법원 판례를 고려하여”, 기업법연구 제27권 제1호, 2013, 232면; xxx,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에 관한 선택형 약관조항이 약관규제법 제6조의 의미에서의 불공정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 -”, 민사법학 제69권, 2014,.12, 359-361면.
법원칙이더라도 그 원칙이 전체의 법체계, 성문법 내지 비성문법을 통하여 명확하게 도출되고 확립된 것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법원칙을 기초로 해서도 약관의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독일의 다수설도 이러한 입장이다.91) 이를 넘어서 판례법에도 임의규정처럼 지도형상적 기능
이 있어서 약관의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92) 하지만 판 례에는 기본적으로 법규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원칙이고 기본적으로는 구체적인 사건을 대 상으로 하는 판단이므로 단지 판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약관의 불공정성 판단척도
로 활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93) 더군다나 저당권 설정비용 부담자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입장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확고한 판례라고 볼 수 없는 선례를 가지고 불공정성 판단의 척 도로 활용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학설의 대립이 존재하였고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 하에서는 해당 조항을 불공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 문이다.94)
다. 전기료 누진제 사건
전기요금 누진제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해당 전기요금을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청구하는 소송이 각 법원에 제기되어 하급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현재 대법원에서 선고를 앞두고 있 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 측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은 모두 전기료 누진제를 정하는 약관조항이 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으로서 무효인지 여부 에 관하여 논의가 집중되어 있다. 그 이유는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사업법에서 전기판매 사업 허가를 받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로서 전기사업법 제16조에 따라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을 작성하여 산업통산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사용함으로써 원고들인 전
기 수요자들과 전기공급에 관한 계약을 바로 이 기본공급약관을 기초로 체결하고 전기 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든 하급심 법원에서는, 기본공급약관이 일반전기사업자 와 그의 공급구역 내의 현재 및 장래의 불특정다수의 수요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전기공 급계약에 대하여 적용되는 약관의 성질을 갖는다는 점95)을 기초로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 제 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
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한 무효 여부를 쟁점으로 삼고 있다.96)
그러나 전기요금에 대한 가격통제는 기본적으로 반대급부를 대상으로 하므로 약관의 내용
91) Staudinger/Coester, § 307 Rn. 236 f.
92) Staudinger/Merten, § 2 EGBG Rn. 112.
93) 이러한 입장으로 Xxxxx, in: Ulmer/Brandner/Hensen, § 307 Rn. 213; Stoffels, AGB-Recht, Rn. 191 f.
94) 이미 xxx, “2014년 소비자법 판례의 동향”, 소비자법연구 제1권 제1호, 2015, 71면 이하. 95) 대법원 1989. 4. 25. 선고 87다카2792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98다57088 판결 참조.
96) 이에 관하여 자세한 내용은 xxx, “전기요금 누진제와 가격결정에 대한 정당성 통제- 대전지방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나103175 판결 -”, 법조 제68권 제4호, 2019, 726면 이하 참조.
통제는 이 영역에 적용될 수 없고 일방적 급부결정권 행사에 따른 정당성 통제를 통하여 전기 요금에 대한 가격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법상으로 보았을 때 명시적으로는 독일 민법 제315조와 같은 형평에 기초한 일방적 급부결정권에 기한 통제수단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러 한 통제수단에 기초한 전기요금의 확정을 법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은 사법의 일반원리로서 인 정할 수 있다.97)
한편 행정기관의 인가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전기료 산정이 전기사업자인 한국전력 측 에서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약관을 작성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98) 즉 약관에 대 한 인가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전기요금에 대한 산정기준이 정해져 있는 사정 하에서는 사업자
가 부당한 전기요금을 책정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하기 어렵고 인가절차가 정당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행정기관에서 전적으로 인가라는 절차를 통 하여 전기료를 확정적으로 정하고 한국전력에서 정할 수 있는 재량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타당한 시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약관이 인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약관심사 에 기한 내용통제에서 제외되지 않고 내용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99) 왜 냐하면 약관이 행정관청의 인가를 받은 인가약관이라고 하여 약관의 성격이 없어지는 것은 아 니기 때문이다.100) 더 나아가 인가절차는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와 감독관청과의 관계에
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인가를 받았다고 하여 전기사업자와
전기수요자 사이의 관계에서 전기요금 확정의 정당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대상 판결처럼 인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정당한 가격결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형평에 반한 가격결정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형평에 부합하는 가격결 정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형평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여러 사정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이 때 인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으
나, 인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101)
97) 민법주해[Ⅷ]/xxx, 72면; xxx, 법조 제68권 제4호, 744면.
98) 대전지방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나103175 판결에서 “위와 같이 기본공급약관의 작성 및 변경에 있어서는 전기위원회의 심의와 기획재정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산업통산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나 전기요금의 책정에 있어서 법령이나 고시 등에 미리 정해진 산정기준과 달리 피고가 임의로 전기요금을
증감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피고에게만
유리하도록 약관을 작성할 수 있다거나 전기요금을 책정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99) 전기사업법에 따라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전기공급규정’ 중 면책조항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러한 공급규정은 다수의 수요자와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전기공급계약에 적용되는 보통계약 약관으로 성질을 가진다고 보았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98다57099 판결).
100) 장경환, “보통거래약관의 개념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를 중심으로 -”, 법학연구(제3권), 충북대학교 법학연구소(1991), 328면; 이재현, “약관의 개념”, 비교사법(제10권 제1호), 한국비교사법학회(2003.3.), 334면; Ulmer/Habersack, in: Ulmer/Brandner/Hensen, § 305 Rn. 10; Xxxxxxxx, in: Wolf/Lindacher/Pfeiffer, AGB-Recht, § 310 BGB Rn. 8.
101) 독일 판례에 의하면 인가와 같은 공법적 절차에 따른 법률효과는 해당 인가를 하여준 감독관청과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와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며 일방적 급부결정권의 독일 민법 제315조에 의한 사법적 정당성
Ⅵ. 나가며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에 일정한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본 논문을 통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내재적 한계가 1) 법률규정의 내용을 반복하는 법문반복 조항과 2)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에 있음은 명시적 입법이 없어도 인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이와 관련하여 명확한 인식 없이 약관규제법에 기한 내용통제를 하려는 경 우가 적지 않으므로 이와 같은 내용을 입법적으로 명문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법문반복조항과 급부내용을 정하는 조항의 의미는 명확해 보이나, 내용통제 영역에서 제외
되는 부분과 안에 있는 부분을 실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본 논문을 통 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 판례도 이러한 영역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자의적이 다라는 비판을 독일 학계로부터 받고 있다. 또한 우리 판례와 연관된 사례를 보면 다른 영역 내지 다른 법리와의 관계성 속에서 내용통제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함
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일견 보기에는 쉬운 영역이라고 보이지만, 앞으로 그 구체화가 많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또한 투명성 원칙과의 관계에 대하여도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학계에서 점차 투명 성 원칙을 근거지우고 그 내용을 연구하는 문헌이 많아지고 있으나, 아직 판례상 명시적으로
이 원칙을 인정한 적이 없다. 또한 본 논문에서 드러났지만, 내용통제에서 제외되는 영역에 대 하여 투명성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관계에 대하여도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 된다. ▧
(논문접수 : 2021. 6. 20. / 심사개시 : 2021. 7. 2. / 게재확정 : 2021. 7. 22.)
평가를 막지는 못한다고 보았다(BGHZ 115, 311, 317 f.; BGH NJW-RR 1992, 185; NJW 1998, 3192; NJW
2005, 2920). 물론 감독관청이 인가를 한 경우에는 가격결정에 대한 정당성에 따른 일정한 추정적 효력이 인정될 여지도 있다고 보았지만(BGH NJW 2005, 2923), 그렇다고 하여 급부결정권을 행사한 사업자에게
자신이 급부결정권을 형평에 맞게 공정한 재량에 기초하여 행사하였다는 점을 증명하는 책임에서 면하는 것은 아니며 인가를 받았다는 사정은 가격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평가할 때 의미 있는 사정의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고 보았다(BGH MMR 2006, 156).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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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석,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주체에 관한 고찰”, 법조 제61권 제8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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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Manzel, “Datenschutzerklärungen – misslungene Erlaubnisklauseln zur Datennutzung Happy-Digits” und die bedenklichen Folgen im E-Commerce, NJW 2010
Abstract
Subject of content control under
The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and its restrictions
Xxx, Xxxxx-Xxx
The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provides provisions that limit the application of regulations on the content control by clause and by industry(Article 15), but there is no explicit provision for areas excluded from content control itself. In other words, it does not actively stipulate the contents that may be subject to content control, or exceptions that are not subject to it by the explicit provision. However, even if the The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does not limit the subject of content control by the explicit provisions, the content control by The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may have certain limits based on the inherent limitations within the contract law or the general principles that our legislation is based on.
The German Civil Law, which has greatly influenced the enactment of the korean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prescribes the subject of content control in an explicit manner. However, despite the existence of these explicit provisions, the content of the legal regulation itself is not clear, requiring specific details, and the scope of the regulation has been controversial in Germany.
Currently, our majority of theory accepts the German discussion and takes the position that (1) the agreement on performance and counter-performance and (2) the declarative regulation are not subject content control. However, since there is no explicit regulation, in practice, it is possible to find a number of cases where content control under The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is attempted even in areas that are not subject to content control. In addition, our theory only declares the content in principle, but there are not many papers discussing specifically the areas and limitations that are not subject to content control. However, in theory or in actual cases, it is not clear to distinguish between areas subject to content control and areas not subject to content control. As a result, it seems that
also we have not been able to make clear delineation in our practice. In this paper, i tried to contribute some degree to the clarity of interpretive theory to some extent by referring to the German discussion.
In this paper, we have looked at the fact that there are certain inherent limitations in terms of content control in The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from various perspectives. The fact that these inherent limitations are in 1) a declarative regulation that repeats the content of legal regulations and 2) a clause that sets the content of performance can be recognized without explicit regulation. Nevertheless, it is deemed necessary to legislate such matters because practice often seeks to control the content that is due in the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without clear recognition.
In addition, it was confirmed that the meaning of the declarative regulations and the provisions that determine the content of benefits seems clear, but in many cases it is difficult to practically judge the parts excluded and included in the content control area. German precedents have also been criticized by German academics for not clearly presenting these areas and for being arbitrary. Also, looking at the cases related to our precedents, it was found that it was necessary to specifically judge whether one can be the subject of content control or not based on the relationship with other areas or other jurisdictions. Therefore, it seems to be an easy area at first glance, but it is thought that there are many difficult tasks that need to be materialized in the future.
In addition, further research is needed on the relationship to the principle of transparency. In our academic world, there are more and more papers that study the contents of the principle of transparency, but this principle has not yet been explicitly acknowledged by precedent. Furthermore, as shown in this paper, since the principle of transparency is applied to areas excluded from content control, further research on this relationship is considered necessary.
Key Words: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 Act, content control, legal article repetition clause, content of performance, price regu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