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문 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산해제조항이 거래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당사자들의 법률관계는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율이 존재하지 않아 이를 둘러싸고 해석상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특히 회생파산법상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선택권과...
▣ 논 단
계약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x x x 변호사 / 법학박사
요 약 문 | ||
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산해제조항이 거래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당사자들의 법률관계는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율이 존재하지 않아 이를 둘러싸고 해석상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특히 회생파산법상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선택권과 도산해제조항이 충돌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에서는 도산해제조항 자체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도산해제조항으로 인해 관리인과 파산 관재인의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그 효력을 부정할 여지가 있다고 하였다. 학설상 으로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종래 지배적이었으나, 위 대법원 판결의 선고 이후에는 개별 계약유형에 따라서 그 효력을 달리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연혁적인 측면에서 볼 때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도산해제조항은 파산절차 또는 청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파산자 또는 도산절차가 개시된 회사로부터 그 소유의 재산을 배제하는 내용의 계약 조항은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도산법상의 기본원칙인 재산박탈 금지의 원칙(Anti-Deprivation Rule)에 반할 소지가 크다. 또한 구미(歐美)의 주요 국가 및 국제기구의 입법례를 보면 대체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산해제 조항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부정함이 타당하며, 이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행 법령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부득이 개별ㆍ구체적인 사안별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객관적이고 공평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 이다. 주제어:도산해제조항, 도산해지조항, 관리인ᆞ파산관재인의 선택권, 미이행 쌍무계약 |
<目 次>
Ⅰ. 서 론
Ⅱ. 우리나라 학설 및 판례상의 논의
1.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 선고 이전의 학설 동향
2.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의 내용
3.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 선고 이후의 학설 동향
Ⅲ.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2. 영국
3. 독일
4. 일본
5. 유엔국제거래법위원회 도산법입법지침
6. 유럽연합 유럽도산법원칙
Ⅳ.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1. 미이행 쌍무계약과 도산해제조항
2. xxx 쌍무계약 이외의 계약과 도산 해제조항
Ⅴ. 결 론
Ⅰ. 서 론
도산해제조항 또는 도산해지조항(Ipso Facto Clause, Insolvency Clause, Bankruptcy Claus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Bankruptcy Termination Clause)이란 계약 체결시 계약 당사자 일방의 재산 상태가 장래 악화될 것을 대비하기 위하여 계약에서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지급정지, 회생절차, 파산절차 등 도산절차의 개시신청이나 개시결정이 있으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 할 수 있다고 정하거나 또는 계약이 당연히 해제 또는 해지된다고 정하는 특약을 의미한다.1) 이를 도산실효조항이라고도 한다.2) 한편 어느 계약의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채무초과 또는 지급불능 등과 같은 도산절차개시의 원인인 사실이 발생하는 경우 혹은 도산절차의 개시 또는 그 신청이 있는 경우에 상대방의 별도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혹은 그러한 의사표시 없이 자동적으로 그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거나 그 계약상 어느 당사자의 권리 또는 의무가 변경 또는 소멸된다는 취지를
1) xxx, “2007년 민법 판례 동향”, 민법론Ⅳ , xxx, 2011, 426면;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 동 판결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이란 "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 채무자인 회사의 재산상태가 장래 악화될 때에 대비하여 지급정지,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와 같이 도산에 이르는 과정상의 일정한 사실이 그 회사에 발생하는 것을 당해 계약의 해지권의 발생 원인으로 정하거나 또는 계약의 당연 해지사유로 정하는 특약"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 xxx, “도산실효조항의 유효성”, 판례실무연구 Ⅸ , xxx, 2010, 439면.
규정하고 있는 계약 조항을 도산조항이라고 넓게 정의하기도 한다.3) 본고에서는 도산절차개시 신청 등을 이유로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된다고 정한 계약 조항에 국한하여 그 효력 등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이와 같은 계약 조항을 총칭할 경우 도산해제조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되, 다만 계약의 내용상 해지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도산해지조항이라고 한다.
실무상 여러 유형의 계약에서 “甲은 乙에게 부도, 지급정지, 파산신청, 회생신청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즉시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구의 규정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도산해제조항은 사적 계약관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그 유효성 인정 여부에 따라 당사자들의 법률관계에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당사자들이 계약에서 도산해제조항을 두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상대방의 도산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채무자의 도산이라는 사유는 전적으로 채무자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아무런 귀책사유도 없는 상대방이 굳이 채무자의 도산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산절차가 개시되는 채무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계약 당시 본인의 귀책으로 인해 도산절차가 개시될 경우에는 상대방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 행사에 의해 계약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계약 자유의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회생파산법”이라 한다)상 미이행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과 관련하여 보면, 계약 자유의 원칙에 근거하여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가 다시 문제될 수 있다. 미이행 쌍무계약이란 회생절차개시 또는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와 상대방이 모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쌍무계약을 의미하는데,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은 회생절차 또는 파산절차 내에서 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나 해지를 선택할 수 있다(회생파산법 제119조, 제335조).4) 그런데 만일 계약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한 도
3) xxx, “도산조항의 효력”, 사법 , 제4호(2008), 223면. 한편 한민, “미이행쌍무계약에 관한 우리 도산법제의 개선방향”, 선진상사법률연구 , 통권 제53호(2011), 60면에서는 도산해제조항과는 별도로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 켜 그 당사자가 지는 채무의 변제기를 앞당기도록 하는 계약 조항을 “기한의이익상실조항”이라고 정의하고, 같은 논문 63~64면에서는 계약의 해제 이외에도 채무자에게 도산절차의 개시 또는 도산절차 개시에 이르는 과정상의 일정한 사실이 발생한 것만을 이유로 채무자의 권리가 소멸하도록 한다든가 혹은 채무자에 의한 재산권 포기의 효력이 생기도록 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채무자의 재산권이 도산재단으로부터 일탈되는 것으로 정하는 계약조항을 모두 포섭하는 개념으로 “도산조항”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4) 우리나라와 일본의 도산법제에서는 관리인 등에게 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 또는 계약을 해제ㆍ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일본의 경우 파산법 제53조, 회사갱생법 제61조, 민사재생법 제49조 등). 이와는 달리 영국, 미국, 독일 등의 도산법과 유엔국제거래법위원회의 도산법입법지침 및 유럽연합의 유럽도산법원칙에서는 관리인 등에게 미이행 계약(executory contract)의 이행을 인수하거나 그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관리인 등이 계약을 해제ㆍ해지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 참고로 미국 도산법에서 관리인 등에게 이행거절권을 인정하는 이유에 관하여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산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상태의 일반적인 계약관계의 경우를 상정해보면,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이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위반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당사자들의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도산절차가
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도산해제조항에 근거하여 미이행 쌍무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면, 회생파산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은 반드시 회생파산법상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이 갖는 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 여부에 대한 선택권과 관련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명문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종래부터 학설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는데, 2007년에 대법원은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및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관리인의 선택권 행사와의 관련성 등에 관하여 의미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본고에서는 먼저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에 관한 종래 학설상의 논의와 위 대법원 판결을 내용을 살펴보고, 주요 국가의 입법례 등을 비교 법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하여 해석론 및 입법론적인 측면에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어떻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하여 논할 것이다.
Ⅱ. 우리나라 학설 및 판례상의 논의
1.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 선고 이전의 학설 동향
합작투자계약상 도산해지조항의 효력 유무 등이 문제된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이하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이라 한다)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에 관하여 판단한 사안이다. 동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 등에 관하여는 아래 “2”항에서 상세히 살펴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까지는 학설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정리절차의 경우 상대방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자와 계약관계를 계속하는데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해제권 유보 특약을 하게 되나, 이를 유효하다고 하면 상대방에게 회사정리절차개시 전에 항상 해제권이 발생하여 구 회사정리법 제103조에서 관리인에게 이행과 해제의 선택 권한을 부여한 의미가 사실상 몰각될 수 있다는 견해,5) 파산신청이 있었다는 것만을 원인으로 약정해제권이 발생하도록
개시되었다고 해서 제한되거나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도산절차 내에서 채무자의 재산에 관하여 모든 관리ㆍ 처분권을 갖는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이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이행 또는 이행 거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다. 이에 관하여는 Xxx Xxxxxxxx Xxxxxxxxx, “A Functional Analysis of Executory Contracts”, 74 Minn. L. Rev. 227(1989), pp.244~245; Xxxxx X. XxxxxxXxxxxxx X. XxxxxxXxxxxx H. Xxxxxxx, Xxxxx, Problems, and Materials on Bankruptcy(4th ed.) , Foundation Press, 2007, p.224 참조.
5) xxx, “倒産節次와 契約關係-履行未完了雙務契約의 法律關係를 중심으로-”, 倒産法xx , xxx, 0000, 00x00
정한 약정해제권 유보 특약은 파산절차가 개시되기까지 반드시 일어나는 사실을 해제권의 발생 원인으로 한 것이므로 해제를 인정하게 되면 파산재단의 재산이 특정채권자에 의하여 탈취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총채권자의 희생으로 특정채권자가 이익을 얻는 것이 되므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면서 채무자의 총재산을 청산하여 총채권자에게 공평한 만족을 주려는 파산절차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견해 등이 그러하다.6)
2.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의 내용
가. 사안의 개요
원고 얼라이드 도멕 홀딩스 피엘씨(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영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는 2003년 5월 14일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주식회사 진로(이하 "진로"라 한다) 이다.7) 원고가 지분을 전부 소유하고 있는 법인인 X. Xxxxx와 xx는 1999년 9월 17일 주식회사 진로발렌타인스(이하 "진로발렌타인스"라 한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X. Xxxxx는 현금으로, 진로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에서는 다음과 같은 도산해지조항을 두었다.
제23조 ② 다음의 각 호의 경우에는, 일방 당사자가 상대 당사자에게 서면통지함으로써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3. J. Lyons만이 해지할 수 있는 경우로서, 제12조 제2항 2호의 사유가 발생하고, 18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소멸되지 않은 경우
제12조 ② "원고의 매수권 행사요건"이란 다음 각 호의 사건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
2. ⒜ 합작투자계약일 현재 존재하는 화의상태를 제외하고, 진로 또는 진로의 채권자들이 진로의 해산, 청산, 회사정리, 파산 또는 화의를 신청하는 경우
⒝ 진로의 재정상태가(1999. 9. 17.에 비하여) 더 악화된 후에 기업구조조정촉진을 위한 금융기관 협약에 따라 진로의 채권자들과 부채재조정 계획이 개시되는 경우
한편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 해지된 때 그 효력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면; xxxㆍxxx, 會社整理法(上)(第2版) , 韓國司法行政學會, 2002, 361면. 파산절차와 관련하여 동일한 맥락 의 견해로는 임종헌, “破産節次가 未履行契約關係에 미치는 影響”, 인권과 정의 , 제241호(1996), 29~30면.
6) xxx, “破産節次가 契約關係에 미치는 영향”, 파산법상의 제문제(상) , 재판자료 제82집(1999), 438면.
7) 동 판결의 전문에 따르면 본래 이 사건의 피고는 진로의 관리인이었으나, 진로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종료된 후 진로가 관리인으로부터 소송을 수계한 것으로 보인다.
제24조 ③ 본 계약이 제23조 제2항 제1호, 제3 내지 5호에 의하여, X. Xxxxx에 의해 해지된 경우에는
2. X. Xxxxx는 진로의 비용으로 제22조 제4항에 따른 합작투자회사 주식에 대한 공정시장 가격의 감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감정이 종료된 직후, X. Xxxxx는 진로에 대하여 진로 소유의 합작투자회사 주식 전부를 X. Xxxxx 또는 X. Xxxxx가 지명하는 자에게 공정시장 가격으로 매각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8)
1999년 12월 14일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진로발렌타인스가 설립되었고, 원고는 2002년
12월 23일 X. Xxxxx와 X. Xxxxx로부터 X. Xxxxx가 소유한 진로발렌타인스의 주식 전부를 양수 받고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에 따른 당사자의 지위를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xx는 1999년 12월경 진로발렌타인스와의 사이에 부동산 등을 현물출자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현물출자 대상인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위 근저당권을 해지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자에게 100억원을 지급하였고 이 사건 주식 중 250만주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 하여 주었으나, 그 과정에서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 제10조 제12항에서 정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한편 자금사정이 악화된 진로는 1997년 9월 9일 부도로 인하여 은행으로부터 거래정지처분을 받았고, 1997년 9월 8일 서울지방법원에 화의개시신청을 하여 1998년 2월 3일 위 법원으로부터 화의개시결정을, 같은 해 3월 19일 화의인가결정을 받았다. 이후 자금사정이 더욱 어려워진 진로에 대해 해외 채권자가 2003년 4월 3일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같은 해 5월 14일 진로에 대해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었다.
원고는 정리채권 신고기한 내인 2003년 6월 28일 해지권 및 주식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조건으로 이 사건 주식의 인도를 청구할 정지조건부 정리채권이 있음을 신고{27,450,000,000원(=액면가 10,000원
×이 사건 주식 2,745,000주)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관리인은 2003년 9월 24일 개최된 일반조사기일에서 위 채권 전부에 대하여 주식인도청구사유의 미발생을 이유로 이의하였다. 원고는 정리회사인 진로에 대하여 위와 같은 주식의 인도를 청구할 정지조건부 정리채권이 있음을 확정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즉, 동 판결에 따르면 X. Xxxxx는 진로가 회사정리절차신청을 하고 이 사유가 180일 이내에 소멸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을 해지하고 진로에 대하여 원고에게 진로 소유의 합작투자회사 주식 전부를 매각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따라 원고는 진로에 대하여 이 사건의 청구취지와 같이 매각 대상 주식의 인도를 청구할 채권의 존재를 구하는 조사확정의 소를 제기하였다.
8) 동 판결에서는 “주식매도청구권”이라 한다.
나. 쟁점 및 판결 내용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쟁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xx가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을 위반했는지 및 그러한 위반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중대한 의무위반에 해당 하는지 여부이다. 둘째,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상 회사정리절차의 개시를 해지사유로 하는 조항, 즉 도산해지조항이 유효한지 여부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 회사정리법 제102조 및 제103조의 의미와 원고가 정리회사에 대하여 위 해지권 및 주식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조건으로 이 사건 주식의 인도를 청구할 정지조건부 정리채권을 가지는지 여부이다. 이 중 본고에서는 두 번째 쟁점인 도산해지조항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 논한다.
이 사안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05. 6. 10. 선고 2004나87017 판결에서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주식회사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이 있음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합작 투자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약정은 위와 같은 회사정리절차의 취지에 반하고 또한 회사정리 법상 관리인의 회사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도산해지 조항이 무효라고 보았다.9) 그러나 대법원은 도산해지조항이 구 회사정리법상 부인권의 대상이 되거나 공서양속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도산해지 조항으로 인하여 정리절차개시 후 정리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i) 민법은 몇 가지 계약 유형에 관하여 일방 당사자에게 선고된 파산이 계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도산해지 조항의 효력과 관련하여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고, (ii) 구 회사정리법이나 그 후속 입법에 해당 하는 현행 회생파산법에서도 도산해지조항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며, (iii) 도산해 지조항의 적용 결과가 정리절차개시 후 정리회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것은 당해 계약의 성질, 그 내용 및 이행 정도, 해지사유로 정한 사건의 내용 등의 여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도외시한 채 도산해지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고, 채무자의 도산으로 초래될 법적 불안정에
9) 동 판결에 따르면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이유는 “회사정리제도는 재정적 궁핍으로 파탄에 직면하였으나 경제적으로 갱생의 가치가 있는 주식회사에 관하여 채권자, 주주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며 그 사업의 정리재건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바(구 회사정리법 제1조), 회사정리법은 특정 이해관계인의 일방적 권리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이해관계인 전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인 관리인으로 하여금 회사정리법에 따라 주식회사를 재건시키기 위하여 작성된 계획 즉 정리계획의 수행에 의하여 정리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고 있고,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경우 회사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은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므로(구 회사정리법 제53조), 채권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인들의 권리는 정리계획에 정한 바에 의하여 관리인이 정리회사의 사업을 경영하고 그 재산을 전속적으로 관리, 처분한 결과에 따라 실현되어질 수밖에 없고, 이와 같은 권리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비록 현재 재정적인 파탄에 직면하고 있을지라도 향후의 계속기업가치를 따져 경제적으로 갱생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면서 사업을 계속하게 하여 종국적으로 기업을 재건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고 나아가 채권자 기타의 이해관계인들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비할 상대방의 보호가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합작 투자계약의 도산해지조항은 유효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도산해지조항의 유효성을 긍정하는 취지로 판단하면서도,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관리인의 선택권과 관련하여서는 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에 관한 관리인의 선택권을 부여한 회사정리법 제103조의 취지에 비추어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무효로 보아야 한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리절차개시 이후부터 종료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도산해지 조항의 적용 내지는 그에 따른 해지권의 행사가 제한된다는 등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보았다. 즉, 미이행 쌍무계약과 관련하여서는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이 본질상 둘 이상의 당사자가 모여 상호출자하여 회사를 설립ㆍ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합계약이기 때문에 구 회사 정리법 제103조가 적용될 수 없으며, 일반적인 재산상의 계약과는 달리 서로 간의 고도의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일방 당사자에게 지급정지 등의 사유가 발생하고 회사정리절차가 개시 되어 장차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관리인이 상대방으로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다른 당사자로서는 그로 인하여 초래될 상황에 대비할 정당한 이익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의 성질상 도산해지조항을 둘 실익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였다.
3.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 선고 이후의 학설 동향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한 종래 다수의 견해와는 달리 도산해제조항이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하기보다는 개별ㆍ구체적인 사안별로 그 효력을 판단 하여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등장하였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위 대법원 판결은 도산해제 조항이 일률적으로 유효하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 합작투자계약의 경우에 한하여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므로, 그 밖의 계약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본다.10) 즉, 이 견해에서는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에서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계약에 통용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동 판결에 따르면 합작투자계약의 법적 성격은 조합계약에 해당하고 이는 쌍무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므로, 일단 조합계약에서 도산해제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견해에서는 임대차계약 등 계속적 계약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신뢰 관계가 중시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도산절차에 들어갔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할 수 있고, 따라서 개별 법규정, 계약의 성격, 당사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정해야 한다고 본다.11)
10) xxx(주 1), 428면.
11) xxx(주 1), 428면.
다음으로 사회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계약 체결시 당사자들이 도산해제조항을 둘 경우 이로 인하여 사후적 으로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사전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을 규정할 여러 유인(incentive)이 존재하므로 결국 정책적 충돌이 발생하는데 사안별로 어느 정책 목표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개별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방안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12) 반면에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종래의 다수의 입장과 동일하게 도산해 제조항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지급 결제제도에 대해 도산법 적용을 배제한 회생파산법 제120조에 비추어 볼 때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은 인정될 수 없으나, 다만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13) 또한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도산해제조항을 원칙적 으로 무효로 하는 법 규정을 회생파산법에 신설할 필요가 있으나 미이행 쌍무계약 중에서 대출계약이나 증권발행계약 등 금전소비대차나 그에 준하는 금융계약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14)
Ⅲ. 비교법적 검토
1. 미국
미국의 현행 도산법(USC Title 11 Bankruptcy)은 1978년 11월 6일 공포되어 1979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1978년 도산법(Bankruptcy Reform Act of 1978, 이른바 Edwards Act)이다.15) 미국의 경우 1978년 현행 도산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에 관하여 명문으로 정한 법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거래계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을 널리 이용하고 있었는데,
12) xxx(주 3), 224면 이하. 13) 오수근(주 2), 449~451면.
14) 한민(주 3), 70~73면. 이 견해에서는 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지 않는 계약 등 그 밖의 계약 유형에 대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여부 판단은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의 취지와 실무운용에 맡길 수 있다고 한다.
15) 미국에서는 역사상 도산법(Bankruptcy Act 또는 Bankruptcy Law)이라는 명칭으로 총 5회에 걸쳐 법률을 제정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도산에 관한 최초의 입법은 1800년 도산법(Bankruptcy Act of 1800, 1803년에 폐지)이며, 이후 1841년 도산법(Bankruptcy Act of 1841, 1843년에 폐지), 1867년 도산법(Bankruptcy Act of 1867, 1878년에 폐지), 1898년 도산법(Bankruptcy Act of 1898, 1938년 이른바 "Chandler Act"에 의해 전면 개정되어 시행되다가 1979년에 폐지)과 현행 도산법인 1978년 도산법이 제정되었다. 미국 도산법의 제정 역사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Xxxxxxx X. Xxxx, “Legislative History of the New Bankruptcy Law”, 28 DePaul L. Rev. 941(1979), pp.941~942 참조.
도산해제조항이 무효라는 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은 대부분의 경우 도산해제 조항의 효력을 인정해온 것으로 보인다.16) 반면에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이해관계인들과의 관계에서 형평에 반하고 도산법의 근본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한 사례가 있다.17)
1978년 현행 도산법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신설하였다. 도산 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 채무자의 회생을 촉진시키고 전체 채권자의 이익을 도모하여야 하는 도산재단으로부터 가치 있는(valuable) 재산을 박탈하는 결과가 초래되는데, 특정한 채권자의 개인적인 이익(parochial interest)이 이와 같은 결과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18) 미국 도산법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에 관하여 규율하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19)
먼저 제365조 e항 1호에서는 미이행 계약 및 기한이 만료되지 않은 리스계약의 경우 도산절차 의 개시를 이유로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지되거나,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해제권을 부여하는 약정에 근거하여 도산절차개시 이후 계약을 해제 또는 변경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규정한다.20) 그리고 제541조 c항 1호에서는 당사자 간의 약정 등에 의해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 등을 조건으로 채무자의 권리를 박탈, 변경 또는 소멸시킬 수 있도록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도산절차개시 후 재산에 대한 채무자의 권리는 도산재단의 재산이 된다고 규정한다.21) 이에 따르면 당사자들이 체결한 계약에 도산해제조항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와는
16) Xxxxxxx Xxxxxx Xxxx, The Law of Bankruptcy(2nd ed.) , Foundation Press, 2009, p.854.
17) Queens Boulevard Wine & Liquor Corp. v. Blum, 503 F.2d 202(2nd Cir. 1974).
18) United States House of Representatives, “Bankruptcy Reform Act of 1978”, H.R. Rep. No. 595, 95th Cong. 1st Sess., 1977, pp.347~348; Tabb(주 16), p.854.
19) 미국 도산법에서는 도산해제조항뿐만 아니라 계약상 당사자의 권리 또는 의무를 변경, 소멸시키는 등의 약정의 효력 등에 관하여도 규율하고 있는데, 본고와 관련하여서는 계약의 해제에 관한 규율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20) §365[Executory contracts and unexpired leases] (e) (1) Notwithstanding a provision in an executory contract or unexpired lease, or in applicable law, an executory contract or unexpired lease of the debtor may not be terminated or modified, and any right or obligation under such contract or lease may not be terminated or modified, at any time after the commencement of the case solely because of a provision in such contract or lease that is conditioned on
(A) the insolvency or financial condition of the debtor at any time before the closing of the case;
(B) the commencement of a case under this title; or
(C) the appointment of or taking possession by a trustee in a case under this title or a custodian before such commencement.
21) §541[Property of the estate] (c) (1) Except as provided in paragraph (2) of this subsection, an interest of the debtor in property becomes property of the estate under subsection (a)(0), (x)(0), xx (x)(5) of this section notwithstanding any provision in an agreement, transfer instrument, or applicable nonbankruptcy law-
(A) that restricts or conditions transfer of such interest by the debtor; or
(B) that is conditioned on the insolvency or financial condition of the debtor, on the commencement of a case under this title, or on the appointment of or taking possession by a trustee in a case under this title or a custodian before such commencement, and that effects or gives an option to effect a forfeiture, modification, or termination of the debtor's interest in property.
무관하게 미이행 계약에 대한 채무자의 권리는 도산재단으로 편입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22) 나아가 제365조 b항 1호 및 2호에서는 관리인이 선택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이미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는 관리인이 이를 치유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당사자들이 약정한 채무불이행 사유가 채무자의 재정 상태나 도산 절차개시 등인 경우에 대하여는 위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23) 여기서 직접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에 관하여 언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 규정에 따르면 도산절차개시 등을 채무불이행 사유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관리인은 당해 채무불이행 상태를 치유하지 않고 미이행 계약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는 결국 도산해제조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관리인의 선택권 행사는 제한받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미국 도산법에서는 미이행 계약 및 기한이 만료되지 않은 리스계약에 대하여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고 있으며, 그 이외의 계약의 경우에도 계약의 당사자들이 일방 당사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를 계약의 해제ㆍ해지사유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도산절차와의 관계에서는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2. 영국
영국의 경우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이 어떠한지에 관한 명시적인 법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래 판례를 통해 재산박탈금지의 원칙(Anti-Deprivation Rule)과 같은 법 원리가 형성되어 왔으며, 동 원칙은 현행 도산법인 1986년 도산법(Insolvency Act 1986)에 일부 반영 되었다.24)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2) 오수근(주 2), 441면.
23) §365[Executory contracts and unexpired leases] (b) (2) Paragraph (1) of this subsection does not apply to a default that is a breach of a provision relating to-
(A) the insolvency or financial condition of the debtor at any time before the closing of the case;
(B) the commencement of a case under this title;
(C) the appointment of or taking possession by a trustee in a case under this title or a custodian before such commencement; or
(D) the satisfaction of any penalty rate or penalty provision relating to a default arising from any failure by the debtor to perform nonmonetary obligations under the executory contract or unexpired lease.
24) 영국은 1973년에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 EEC)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하여 도산법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하였다. 이를 위하여 Xxxxxxx Xxxx가 이끈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에서 도산법제에 대한 정비작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1982년 검토위원회(the Review Committee)는 "Insolvency Law and Practice"(Cmnd. 8558, 이른바 Cork Repor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후 영국은 Cork Report를 바탕으로 각각의 단행법으로 존재하던 회사와 개인에 관한 도산 관련 법을 통합하여 1986년에 단일화 된 도산법을 제정하였다. 그 이후에도 1994년, 2000년, 2002년 등에 걸쳐 몇 차례 개정이 있었으나 1986년 영국 도산법이 현재까지 도산절차의 기본법으로 적용되고 있다. 영국 도산법의 제정 역사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Xxxxxxx Xxxxx, Corporate Insolvency Law Perspectives and Principles(2nd ed.) ,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pp.10~19 참조. 개정 전·후의 영국 도산법의 상세 내용은 xxxx://xxx.xxxxxxxxxxx.xxx.xx/ all?title=Insolvency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이란 파산(bankruptcy) 또는 청산(winding up) 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파산자 또는 도산한 회사로부터 그 소유의 재산을 배제시키는 내용의 계약조항은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도산법의 기본원칙이며, 여기서 공서란 기본적으로 집단적 집행절차인 도산절차의 특성상 전체 채권자들을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 등을 의미한다.25) 영국 법원은 오래 전부터 채무자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된다고 해서 도산절차개시 이전에 채무자가 체결한 계약의 효력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계약 당사자들이 일방적으로 도산재단 또는 채권자들로 부터 계약상의 이익을 박탈할 수 없다고 판단해왔다.26)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은 이와 같은 판례 법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은 과거에는 청산(liquidation) 절차에 대해서만 적용되었으나 오늘날에는 회사의 도산절차의 한 유형인 관리절차(administration)에도 적용되고 있다.27) 또한 실무상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은 회사 및 개인의 파산절차에서 도산법에 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There is a general rule in bankruptcy and corporate liquidation that one cannot contract out of insolvency legislation.)는 원리를 의미하기도 하며, 나아가 도산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공서에 반한다(the rule that any attempt to avoid the operation of insolvency legislation is contrary to public policy)는 의미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28) 우리나라에서는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가 개시되기 전까지는 재산을 채무자에게 귀속시키되 도산절차가 개시되면 이를 이유로 그 재산을 채무자의 도산재단으로부터 배제하는 계약은 무효라는 법리라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29)
영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판례와 실무의 해석 등을 통해 발전해 온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에 의해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판단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의 취지는 1986년 영국
(2013. 8. 2. 방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1986년 영국 도산법은 회사의 도산절차(제1장 내지 제7장), 개인의 도산절차(제8장 내지 제11장) 및 회사와 개인의 도산절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정과 해석규정, 경과규정 등(제12장 내지 제1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의 도산절차는 임의적 회사채무조정(Company Voluntary Arrangements, 제1장), 관리(Administration Orders, 제2장), 수탁(Receivership, 제3장), 청산 (Liquidation/Winding up, 제4장 및 제5장) 절차, 개인의 도산절차는 채무구제명령(Debt Relief Orders, 제7A장), 임의적 개인채무조정(Individual Voluntary Arrangements, 제8장)과 파산(bankruptcy, 제9장) 절차로 구분된다.
25) Xxx Xxxxx, Principles of Corporate Insolvency Law(Student ed.) , Xxxxx & Xxxxxxx, 2011, p.217.
26) Xxxxxxxx v. Stephens, 106 E.R. 218(1818); Xxxxxxxxx x. Xxxxx, 120 E.R. 1065(1859); In re Xxxxxxx, X.X. 8 Ch. App. 289(1872-73); Xxxxxxxx' Trustee v King, Ch. 899(1952).
27) Goode(주 25), p.217.
28) xxxx://xxx.xxxxxxxxxxxxx.xxx/Xxx/XX?00000000_xxxxxxxxxx/(0000. 8. 12. 방문). 그리고 Xxxxxx Xxxxxxx, “Drawing the limits of the anti-deprivation rule in insolvency law”, finance & credit law No.5, Imforma Finance, 2010; Xxx Xxxxx, “Flip clauses: the end of the affair?”, X.Q.R.128(2012), pp.171~178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는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에 관한 법원의 판결을 둘러싸고 재산박탈금지의 원칙과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29) xxx, “도산해지조항의 효력 및 범위-Flip In 조항의 효력에 관한 영국과 미국의 판례분석을 중심으로-”, 도산법연구 , 제1권 제2호(2010), 30면.
도산법(Insolvency Act 1986)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법상 등록된 회사의 청산에 관한 규정인 제127조 1항에 따르면 법원에 의해 개시된 청산절차의 경우 법원이 달리 명하지 않는 한 청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그 이후에 이루어진 회사 재산의 처분ㆍ주식의 이전 등은 무효이다.30) 또한 회사에 대한 도산절차인 관리절차 및 청산절차에 대해 적용되는 규정인 제238조 2항 및 3항에서는 회사가 제3자와 저평가(undervalue)된 상태의 거래를 한 경우, 관리인 (the office-holder, 관리절차의 경우에는 administrator, 청산절차의 경우에는 liquidator를 의미 한다)은 법원에 회사가 그러한 거래를 하지 않았던 상태로 회복시켜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법원은 청구에 부합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31) 이러한 1986년 영국 도산법의 규정은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에 따라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채무자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허용될 수 없다는 법리가 내재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 독일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도산해제조항(Lösungsklausel)이란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자동으로 (automatisch) 또는 계약의 소멸(Erlöschen)을 가져오는 해제조건(auflösende Bedingung)이나 계약 당사자에게 특별히 인정된 형성권(Gestaltungsrecht)인 해지권(Kundigungsrecht) 내지는 해제권(Rücktrittsrecht)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는 당사자들의 약정(Vereinbarung)이라고 정의한다.32) 독일은 1994년에 구 파산법 등을 통합하여 현행 도산법(Insolvenzordnung)을 제정하였는데,33) 제정 당시에 “도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쌍무계약의 일방 당사자에게 해제권을 부여하는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이 정부가 제시한 초안(Regierungsentwurf) 제137조 2항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30) §127[Avoidance of property dispositions, etc] ① In a winding up by the court, any disposition of the company's property, and any transfer of shares, or alteration in the status of the company's members, made after the commencement of the winding up is, unless the court otherwise orders, void.
31) §238[Transactions at an undervalue] ② Where the company has at a relevant time(defined in section 240) entered into a transaction with any person at an undervalue, the office-holder may apply to the court for an order under this section.
③ Subject as follows, the court shall, on such an application, make such order as it thinks fit for restoring the position to what it would have been if the company had not entered into that transaction.
동 규정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만 적용된다.
32) MK-InsO/Xxxxx, §119, Rn.18; Uhlenbruck-InsO/Sinz, §119, Rn.10.
33) 독일은 기존에 구 서독지역에서 적용되던 파산법(Konkursordnung) 및 화의법(Vergleichsordnung), 독일의 통일 이후 동독지역에서 적용되었던 포괄집행법(Gesamtvollstreckungsordnung)을 통합하여 1994년 10월 5일 새로운 도산법(Insolvenzordnung)을 제정하였으며, 이 법은 199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관한 내용은 xxx, “독일 도산법상 법정 잔여채무면책제도와 비면책채권”, 외국법제정보 , 2010, 13면; 장완규, 도산법 개론 , 한국학술정보㈜, 2009, 33면 참조. 한편 현행 독일의 도산법은 시행 이후 총 31회에 걸쳐 크고 작은 범위의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가장 최근에 개정된 법률은 2012년 12월 5일자로 개정된 법률이다. 1999년 1월 1일 이후에 이루어진 독일 도산법의 개정 사항 및 그 주요 내용 등에 관하여는 xxxx://xxx.xxxxxxxxxxx.xx/ info_InsO.html (2013. 10. 5. 방문) 참조.
입법 과정에서 법무위원회(Rechtsausschuss)에 의해 삭제되었다고 한다.34) 따라서 현행 독일 도산법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명문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 도산법의 제정 과정에서 도산해제조항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당시 그 유효성 여부에 관하여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삭제된 도산법 초안 제137조 2항이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의미의 선언적(deklaratorische) 조항이었는지 아니면 법규정에 따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창설적인(konstitutive) 의미의 조항이었는지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되었다.35) 이에 대하여는 독일 도산법 제103조에서 관리인에게 계약 이행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고 제119조에 따르면 제103조를 배제하거나 제한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합의는 무효라는 점에 근거하여, 관리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내용의 도산해제조항은 효력이 없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36) 반면에 입법과정에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금지하는 조항이 삭제되었다는 점 및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도산해제조항은 유효하며(다만 임대차와 관련하여 일정한 해지금지사유를 정하고 있는 독일 도산법 제112조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에 대하여는 독일 도산법 제11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37)
4. 일본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회사갱생법, 파산법. 민사재생법 등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학설상으로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견해가 다수의 입장으로 보이는데,38) 그 논거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매수인이 할부대금을 전액 변제할 때까지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을 매도인이 보유하기로 하는 소유권유보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매수인이 회사갱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법원으로부터 변제금지보전처분이 발령되자, 매도인이 해제권 유보특약에 기하여 매수인인 갱생 회사에게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고 그 후 회사갱생절차가 개시되면서 관리인이 선임 되자 관리인을 상대로 소유권에 기한 환취권을 행사하여 매매목적물의 인도를 청구한 사안에서, 갱생개시절차신청의 원인이 발생한 것을 매매계약의 해제사유로 하는 취지의 특약을 하는 것은 채권자, 주주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여 곤궁에 처해있는 주식회사 사업의 유지ㆍ갱생을
34) Uhlenbruck-InsO/Sinz, §119, Rn.10.
35) Uhlenbruck-InsO/Sinz, §119, Rn.10.
36) Xxxxx Xxxxxxxx, Lösungsklauseln fur den Insolvenzfall , RWS, 2000, Rn.115ff.; Xxxxxxxxxx-XxxX/Xxxx,
§000, Xx.00xx. xx 도산법 제119조에 따르면 관리인이 미이행 계약의 이행 또는 이행거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103조를 비롯하여 미이행 계약에 관한 개별 규정인 제104조 내지 제118조의 규정을 배제하거나 제한하기 위한 당사자들의 사전 약정은 무효이다.
37) MK-InsO/Xxxxx, §119, Rn.22; Xxxxxxxx-InsOHandbuch/Huber, §35, Rn.13; FK-InsO/Wegener, §103, Rn.4ff.
38) xxx, 破産法ㆍ民事再生法(第2版) , 有斐閣, 2009, 274면; xxxx 編, 破産法ㆍ民事再生法槪論 , 商事法務, 2012, 216~217면; 条解 会社更生法(中), 第103条, 308면.
도모하기 위한 회사갱생절차의 취지ㆍ목적을 해치는 것이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 하였다.39) 또한 최근에는 리스이용자에 대한 민사재생절차와 관련하여 리스계약에 포함된 도산해제 조항은 민사재생법의 취지와 목적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한 사안이 있다.40)
5. 유엔국제거래법위원회 도산법입법지침
유엔국제거래법위원회(UN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이하 "UNCITRAL"이라 한다)는 도산법입법지침(Legislative Guide on Insolvency Law)을 제정하였고 동 지침은 2004년 6월 25일 채택되었다.41) 도산법입법지침은 다양한 형태의 여러 법제를 초월하여 동 지침 내에 서 도산과 관련한 여러 요소를 결합시키는 동시에 합의(consensus)가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 사항들을 적절히 결합하여 정교하게 규정 유형(rule-type)을 배열하고 있다.42)
UNCITRAL의 도산법입법지침에서는 도산해제조항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도산법입법지침 권고규정(Recommendations) 제69조 내지 제70조에 따르면, 도산법은 채무자와 상대방이 모두 아직 그 의무의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계약의 취급방안을 명시하여야 하며 그 중 하나로서 일반적으로 "Ipso Facto" 조항이라고 불리는 자동해제조항(automatic termination clause) 및 기한이익상실조항(acceleration clause)의 효력에 관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도산법은 ① 도산절차개시신청, 도산절차의 개시 또는 관리인의 선임과 같은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계약이 자동해지된다거나 기한이익이 상실된다는 내용의 어떠한 약정도 관리인(도산대표자, the insolvency representative) 및 채무자에 대해 강제적 효력이 없고(제70조),43) ② 금융계약,
39) 日最裁 昭和 57(1982). 3. 30. 判決(民集 第36卷 第3号 484). 동 판결에 관하여는 白昌勳ㆍ林采洪(주 5), 361면도 참조. 竹下守夫, “所有權留保と破産ㆍ會社更生”, 法曹時報 , 第25卷 第3号(1973), 430면에 따르면 동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에도 이미 소유권유보부매매에서 도산해제조항은 효력이 없다는 것이 일본 학설상 다수의 입장이 었던 것으로 보인다.
40) 日最裁 平成 20(2008). 12. 16. 判決(民集 第62卷 第10号 2561).
41) UNCITRAL은 1997년 국제도산에 관한 모델법(Model Law on Cross-Border Insolvency with Guide to Enactment)을 채택한 이후 도산실체법의 조화를 위한 규범을 제정하기 위해 1999년에 제5실무작업반(working group Ⅴ)을 재구성하여 도산법입법지침을 마련하였다. 도산법입법지침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Part One) 및 제2장(Part Two)은 2004년 6월 25일에 채택되었고, 이후 기업집단의 도산에 관한 제3장 (Part Three)을 추가하고 2010년 7월 21일 그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였다.
42) Xxxxx Xxxxx-LiebㆍTerence Xxxxxxxx, “Harmonization and Modernization in UNCITRAL's Legislative Guide on Insolvency Law”, 42 Tex. Int'l L.J. 475(2007), p.498. 한편 도산법입법지침은 크게 동 지침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개념을 정의하는 부분(Glossary), 권고규정(Recommendation) 및 권고규정의 의의와 그 근거 법리, 입법례, 그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해설 부분(Commentary)으로 이루어져 있다.
43) 70. The insolvency law should specify that any contract clause that automatically terminates or accelerates a contract upon the occurrence of any of the following events is unenforceable as against the insolvency representative and the debtor:
(a) An application for commencement, or commencement, of insolvency proceedings;
(b) The appointment of an insolvency representative.
근로계약과 같이 특별규정에 의하여야 하는 계약 등 상기 ①항의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 계약은 명시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제71조).44) 즉, 도산법입법지침에서는 원칙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6. 유럽연합 유럽도산법원칙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유럽도산법원칙(Principles of European Insolvency Law)은 2003년 6월 유럽도산법에 관한 국제실무작업반(International Working Group Insolvency Law) 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도산법제에서 공통적인 사항 등을 추출ㆍ정리하여 공표한 것이다. 유럽도산법원칙에서는 유럽연합 회원 각국의 도산법제에서 공통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내용을 총 14개의 규정(각 규정은 다시 여러 개의 하위 규정으로 구성된다)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에게 그 내용을 국내법화할 것을 강제하는 효력은 없다.45)
유럽도산법원칙 제6.1조에서는 채무자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채무자가 당사자인 계약은 자동으로 해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46) 여기서는 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되지 않는다고만 규정하고 있으며, 그 밖에 계약 당사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등에 관하여는 언급이 없다. 따라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에 관한 유럽도산법원칙의 규정은 그 범위가 제한적 이라고 할 수 있다.
Ⅳ.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1. 미이행 쌍무계약과 도산해제조항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은 회생파산법 제119조 및 제335조에 따른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
44) 71. The insolvency law should specify the contracts that are exempt from the operation of recommendation 70, such as financial contracts, or subject to special rules, such as labour contracts.
45) 유럽도산법원칙을 구성하는 14개 규정의 내용과 그에 대한 해설은 Xxxxxxx X. XxXxxxxxXxxx FlessnerㆍS.
46) § 6.1 The opening of the proceeding does not automatically terminate a contract to which the debtor is a party.
행사와 관련한 경우와 그 이외의 경우로 나누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도산해제조항이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의 선택권 행사와 충돌하는 경우 그 효력이 어떠한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을 긍정하면서도,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관리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한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무효로 보거나 적어도 도산절차개시 이후부터 종료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도산해제 조항의 적용이 제한된다는 등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하였다.47) 즉,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이 미이행 쌍무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상태라면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관리인 및 파산관재인의 해제권 행사와 도산해 제조항에 따른 계약 상대방의 해제권 행사가 충돌하는 경우에 관한 문제인데, 회생파산법에 따른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권리가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 대법원의 판단은 적어도 미이행 쌍무계약에 한해서는 도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채무자로부터 그 소유의 재산을 배제하는 내용의 계약조항은 공서에 반하여 무효이며 당사자들이 도산법에 반하는 약정을 체결할 수 없다는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이 형해화될 수 있고, 나아가 전체 이해관계인에 대해 유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미이행의 계약관계가 채무자의 재산 또는 파산재단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제외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므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단체적 강제집행절차 라는 도산절차의 특성과 채권자를 비롯한 전체 이해관계인의 이익 보호에 보다 부합할 수 있다. 미이행 쌍무계약과 관련하여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각 경우에 계약 상대방의 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자. 도산해제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채권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전제한다.
만일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한 결과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를 이유로 미이행 쌍무계약을 해제한다면, 상대방이 채무자에 대해 갖게 되는 손해배상채권은 도산절차 개시 이전의 원인에 기해 발생한 채권이므로 회생채권 또는 파산채권이 된다.48) 그리고 사견 으로는 상대방이 도산절차개시 이전에 채무자에게 이행한 급부가 있고 그 급부가 현존한다면 환취권자의 지위에서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7)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 다만 이 판결에서 “적어도 도산절차개시 이후 종료시까지의 기간 동안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이 제한된다”는 내용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도산해제조항이란 도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규정을 의미하고,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 행사에 따라 도산절차 내에서 계약에 따른 법률관계가 처리되므로 도산절차가 종료한 때에는 더 이상 당해 계약에 기해 발생하는 법률관계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8)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55632 판결 등에 따르면 회생절차의 경우 채권 발생이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에 기한 것인 한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아니하였거나 변제기가 회생절차개시 후에 도래하더라도 회생채권에 해당한다(회생파산법 제118조 제1호). 이는 파산절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회생파산법 제423조). 한편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해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이 해제를 선택하면 계약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채권자가 갖고 있던 종래의 채권 자체는 소멸하지만,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에 미이행 쌍무계약과 관련하여 도산해제조항이 무효라는 입장에 의한다면, 계약 상대방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관리인 또는 파산관재인은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리인 또는 파산관재인이 계약의 해제를 선택한다면 도산해제조항에 의한 해제의 경우와 동일하게 상대방은 회생채권자 또는 파산채권자로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회생파산법 제121조 제1항, 제337조 제1항).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한다면 채권자의 의사에 반해 계약이 존속되는 결과가 될 수 있지만 그 대신 상대방이 갖는 채권은 공익채권 또는 재단채권으로 취급되므로(회생파산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제473조 제7호), 법률효과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상대방에게 크게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채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는 계약 체결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거나 상대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유이므로 본래 채권자는 계약이 존속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미이행 쌍무계약과 관련하여서는 도산해제조항이 무효라고 해석하더라도 계약 상대방인 채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채무자의 회생 또는 청산을 위한 집단적 집행절차라는 도산절차의 특성과 채권자의 권리 보호라는 측면을 모두 균형적으로 고려할 때, 미이행 쌍무계약에 포함된 도산해제조항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을 일률적으로 인정한다면 법에서 인정된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이 형해화되는 결과가 되는 반면,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을 인정할 경우에는 본래 채권자가 의도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에 부합하거나 적어도 채권자가 공익채권자로 보호되는 결과가 되어 보다 균형적이다.
한편 예외적으로 미이행 쌍무계약 중 일부 유형의 계약, 나아가 미이행 쌍무계약 이외의 계약 등에 대해서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미이행 쌍무계약 중에서 대출계약이나 증권발행계약 등 금전소비대차나 그에 준하는 금융계약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49) 지급결제제도 등에 관한 특칙인 회생파산법 제120조나 제336조에서 규정한 금융거래의 경우 미이행 쌍무계약에 관한 동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속하는 금융계약에 대해 예외적으로 도산 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을 침해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입법론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도산해제조항은 회생절차와 파산절차, 즉 도산절차개시신청 또는 도산절차개시를 해제권 발생의 요건으로 하는 경우(이하 “협의의 도산해제조항”이라 한다)와 아직 도산절차개시를 신청하였거나 도산절차가 개시되지는 않았으나 도산절차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 즉 지급정지, 부도 또는 채무초과 등 채무자의 재정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해제권 발생의 요건으로 하는 경우 (이하 “광의의 도산해제조항”이라 한다)로 구분해볼 수 있다.50) 앞서 논한 바와 같이 미이행
49) 한민(주 3), 70~73면.
50) 이러한 구분은 Tabb(주 16), pp.853~854를 참고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도산절차개시신청 그 자체를 채무불이행
쌍무계약에서 정한 협의의 도산해제조항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광의의 도산 해제조항의 효력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광의의 도산해제조항의 경우 도산 절차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발생하였으나 아직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를 신청하였거나 도산절차가 개시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회생파산법상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의의 도산해제조항이 유효하다고 하면 그로 인해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채무자의 재정상태 악화라는 도산절차개시의 원인은 도산절차개시신청과 그에 따른 도산절차의 개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사정일 뿐인데,51) 도산절차개시신청 또는 도산 절차개시 전ㆍ후를 기준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 나아가 계약 상대방은 채무자에 대한 도산절차개시 전에 항상 해제권을 갖게 되는 결과 결국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에게 이행과 해제의 선택 권한을 부여한 의미가 사실상 몰각될 우려가 있고, 또한 총채권자의 희생으로 특정채권자가 이익을 얻는 결과가 된다.52) 그러므로 미이행 쌍무 계약에서 정한 도산해제조항은 그 내용이 협의의 도산해제조항인지 광의의 도산해제조항인지를 불문하고 모두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그 의의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원칙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계에서는 여전히 도산해제조항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생각건대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둘러싼 거래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생파산법에서 미이행 쌍무계약과 관련하여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부정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하여 종래 거래계에서 도산해제조항을 널리 이용하여 왔으나 도산법의 근본 취지 등을 고려하여 1978년 도산법에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규정을 신설한 미국의 경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2. xxx 쌍무계약 이외의 계약과 도산해제조항
미이행 쌍무계약 이외의 계약에서 정한 도산해제조항의 경우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도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채무자로부터 그 소유의 재산을 배제하는 내용의 계약 조항은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미이행 쌍무계약을 비롯한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도산해제조항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할 것이다.
(default) 사유로 정하는 것을 “ipso facto”, 아직 채무자에 대해 도산절차개시신청을 하지는 않았으나 체무자에게 재정악화 상태가 발생한 경우를 사유로 정하는 것은 “additional ipso facto”라고 구분하고 있다.
51) xxx(주 6), 438면.
52) xxx(주 5), 29~30면; xxx(주 6), 438면; xxxㆍxxx(주 5), 61면.
그런데 앞서 본 대법원 2005다38263 판결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법령상 도산해제조항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산해제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 당사자가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도산으로 초래될 법적 불안정에 대비할 보호가치 있는 정당한 이익을 무시하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 원칙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판결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중시하는 기본 전제 하에서 계약의 유형별로 살피되 도산해지조항 및 당해 계약의 내용, 계약의 해지가 정리회사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등의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효력을 부정하려는 제한적 무효설의 입장이라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53)
다만 위 대법원 판결에서 확정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즉, 대법원은 이 사건 합작투자계약의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한 결과 도산해제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 밖의 계약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도산해제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 내용이 그러하다). 결국 대법원은 문제되는 각 계약마다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산해제조항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앞서 논한 개별 사안별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학설상의 견해와 동일한 맥락일 수 있다. 실무상으로는 위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된 합작투자계약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유형의 계약 에서도 도산해제조항을 두는 사례가 매우 많다.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들은 도산해제조항이 법리적으로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특별히 고려하지 않거나(이 때에는 해제권 발생 사유를 약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계약 자유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된다고 전제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도산해제조항으로 인하여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여전히 도산해제조항을 규정하고자 하는 유인에 의해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한 계약 당사자들은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명문의 규정이 없어 그 효력 유무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그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도산해제
조항을 두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54)
앞서 논한 바와 같이 미이행 쌍무계약 이외의 계약과 관련하여서도 도산해제조항은 무효라 고 해석함이 타당하나, 이 문제는 아직 입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 상황에서, 도산해제조항이 나름의 효용성을 가지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실과 도산해제조항이 계약의 존속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본질적인 사항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개별 계약에 따라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53) xxx, “합작투자계약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 사법 , 제2호
(2007), 312~314면.
54) xxx(주 3), 224면 이하.
주장도 부득이한 면이 있다.
다만 개별ㆍ구체적인 사안별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판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러한 판단 자체가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 계약 유형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경우 그 판단의 결과가 형평에 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개별 판단에 따른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평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도산해제조항의 본질과 취지, 당해 계약의 내용 및 성격, 계약 당사자 보호의 필요성, 도산해제조항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여러 이익의 형량 등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쌍무계약이 아닌 계약, 즉 편무계약(민법 제598조 이하에서 정하는 무이자 소비대차나 동법 제609조 이하의 사용대차 등)이나 양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은 회생파산법상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의 선택권 행사 대상이 아니므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이 경우에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효력 유무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Ⅴ. 결 론
거래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할 것인 가라는 문제는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인정 여부에 따라 계약 당사자 중 일방에 대해 도산절차가 개시된 경우 당해 계약에 따른 법률관계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 등에 관한 명시적인 규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에 도산해제조항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38263 판결에서는 원칙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동 판결에서는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다만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도산해제조항으로 인해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그 효력을 부정할 여지가 있다고 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는 학설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개별 계약유형에 따라서 그 효력을 달리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등장하였다. 특히 도산해제조항의 효력과 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한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문제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관리인과 파산관재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한도에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데에는 학설과 판례상 이견이 없어 보인다.
연혁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모든 유형의 계약에서 도산해제조항은 파산절차 또는 청산절차의 개시를 이유로 파산자 또는 도산한 회사로부터 그 소유의 재산을 배제하는 내용의 계약조항은
공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도산법상의 기본원칙인 재산박탈금지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원칙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유엔국제거래법위원회의 도산법입법지침과 유럽연합의 유럽도산법원칙에서도 그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부정함이 타당하며, 이 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행 법령상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개별ㆍ구체적인 사안별로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판단하는 것이 부득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약 유형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경우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고, 판단 결과가 형평에 반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입법적 해결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실무상 객관적이고 공평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
(논문접수 : 2013. 9. 10. / 심사개시 : 2013. 9. 13. / 게재확정 : 2013. 10. 4. )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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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effect of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on the Contract
Xxx, Young Ju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Ipso Facto Clause) is defined as one that a party of
a contract is able to terminate, cancel or rescind for the future the contract for reasons such as the commencement of rehabilitation or bankruptcy procedure(collectively "insolvency procedure") for the other party.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has been widely accepted in a practical business. The legal relationship of the parties greatly depends on whether or not to admit the effect of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However, there has been much controversy about the effect of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because any regulation doesn't exist in the current statutory provisions. It is especially problem how to interpret relationships between the option of custodian or trustee to the executory bilateral contract and the effect of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on the insolvency procedure. According to the 2005da38263 judgment of Supreme Court, it is declared that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itself should be valid in principle, yet it could be invalid with regards to the option of custodian or trustee to the executory bilateral contract. The opinions against the effect of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were dominant before the 2005da38263 judgment. Since the judgment, however, there are influential opinions that the effect of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should be judged differentially about each contract. From a historical perspective, there is a high probability that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is contradictory of the Anti-Deprivation Rule in all types of contracts. Also, it is provided that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is invalid generally in legal system of UK, US, Germany and UNCITRAL, etc. In my opinion,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is invalid in principle, and it is imperative that the effect of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should be provided in the statute. However, in case of judging the effect of the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on each contract according to the 2005da38263 judgment because of the non-existence of a regulation, it is necessary that objective and impartial criteria will be applied.
Keywords : Insolvency Termination Clause, Ipso Facto Clause, the Option of Custodian or Trustee, Executory Bilateral Contract